현대건설, 규제 완화 ‘훈풍’에 맏형 자존심 되찾을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30 10: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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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1조 클럽’ 탈환 노렸지만 번번이 고배
정권교체 수혜주 거론되지만 우려도 여전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5년 동안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2016년 기준으로 매출은 19조원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년 연속 1조원대를 유지했다. 건설업계에서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은 당시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연합뉴스
2016년 이후 실적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건설이 최근 주택사업을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해 주목된다. 사진은 강남 개포주공 3단지 개건축 현장ⓒ연합뉴스

하지만 2017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현대차그룹 ‘재무통’이었던 박동욱 사장이 구원투수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박 대표는 매년 ‘영업이익 1조 클럽 재진입’을 외쳤지만 말 그대로 ‘헛구호’에 불과했다. ‘그레이트 컴퍼니 현대건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도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오히려 2020년의 경우 영업이익이 5000억원대로 전성기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 1위 자리 역시 경쟁사에 줄줄이 내주면서 건설업계 맏형의 체면을 구겨야 했다.

2020년 12월 윤영준 사장이 CEO로 취임했다. ‘건설통’인 윤 사장은 주택사업 확대에 공을 들였다. 재개발·재건축은 물론이고 리모델링 사업까지 뛰어들면서 매출 다변화에 나섰다. 전략은 적중했다. 현대건설 매출은 5년 만에 18조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 역시 7500억원대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 18조원대 5년 만에 회복…이익은?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현대건설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9조6062억원, 9540억원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아쉽게 ‘1조 클럽’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와 3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현대건설의 주력은 ‘해외사업’이었지만 해외 수주 감소에, 원가율마저 하락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면서 “매출 다변화 차원에서 뛰어든 주택사업이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이다”고 말했다.

더구나 5월10일 새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며 규제를 남발하고 공급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면서 “당선되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과 함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대건설은 윤석열 정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현대건설의 수주는 30조원, 수주잔액은 39조원을 기록하며 정비사업 강자로 등극했다”면서 “원전과 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진 만큼 올해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부의 조심스러운 예측이다. 회사 관계자는 “굳이 규제 완화를 공언한 새 정부나 현 정부를 전제해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시장 자체가 풀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올해는 건설업계 전체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수주액이 워낙 크고 다양한 만큼 사업이 중간에 표류할 경우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사비만 3조2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돌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5월로 예정됐던 분양 계획 역시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변경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정면으로 부딪쳤기 때문이다. 양측은 현재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서울시와 강동구청이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법적 다툼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분양은 물론이고, 입주 역시 무기한 연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의 상황은 더하다. 대출액 중 일부가 조합의 동의 없이 현대건설 계좌로 이체된 사실이 최근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측은 “조합과 사전에 합의한 사안이다”고 주장한다. 조합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도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현대건설의 문제가 일부라도 드러날 경우 이후 줄줄이 예정된 재건축·재개발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배제될 수도 있다. 주택건설 사업에 공을 들여온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원우 현대건설 부사장이 2021년 2월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증 인선서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GBC 소송전에도 업계 이목 집중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강남의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옛 한국전력공사(한전) 부지 소유권을 놓고 벌어진 조계종 봉은사와 한전 사이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위해 한전으로부터 삼성동 부지 7만9342㎡를 10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시공은 현대건설과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맡기로 했다. 시공비는 2조6000억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봉은사가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한전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인허가 문제로 표류 중이던 GBC 건설 프로젝트는 소송까지 더해지며 7년째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조만간 이 소송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봉은사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한전 부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큰 파장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GBC 프로젝트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에서 봉은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 소유권이 봉은사에 있다고 인정되면 한전은 토지 매각비를 도로 반납해야 하고, 현대차의 신사옥 건설 계획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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