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신‧구 갈등’ 풀릴까…文·尹 회동 관전 포인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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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만의 ‘지각’ 만남…‘덕담’이냐 ‘담판’이냐 주목
독대 가능성도 거론…주요 안건은 추경‧집무실‧MB사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28일 저녁 6시 첫 회동을 갖는다. 3월9일 대선 이후 19일 만의 ‘지각 회동’이며,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 중 가장 늦은 만남이다. ‘역사상 최악의 신‧구 갈등’으로 불릴 만큼 극렬했던 두 사람 간 신경전이 이날 회동을 계기로 전기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양측은 이날 회동에 특별한 의제를 정해두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정권 이양을 위해 꼭 합의해야 할 의제들이 산적한 만큼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문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 등이 주요 안건으로 거론된다. 이날 만남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당선인 ⓒ 시사저널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당선인 ⓒ 시사저널

첫 만남은 화기애애할 듯…文-尹 독대 이뤄질까

이날 회동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슈로는 코로나19 손실 보상 문제가 꼽힌다. 회동을 9시간여 앞둔 이날 오전 9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코로나 손실 보상 문제는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보상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코로나19 이슈가 다른 정치적 현안보다 공감대를 이루기 쉬운 의제라고 판단, 이를 기반으로 소통의 물꼬를 터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건은 이날 회동의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의 기류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민감한 정치적 안건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어서다. 이날 회동이 양측의 첫 만남인 만큼, 부정적 기류보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통상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긍정적이라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독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 사람이 회동 말미에 배석자인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물린 채 독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독대할 경우 긴밀한 상호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2월18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 비공개 단독 회담 이후 당시 첨예한 갈등 사안이었던 정부조직법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기류가 바뀐 바 있다. 이와 같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도 독대 자리를 통해 서로의 의중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깜짝 발표될지 주목된다. 윤 당선인 측에선 사면을 기대하는 기류가 읽힌다. 윤 당선인 측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 상당 부분 합의됐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와서다. 임태희 당선인 특별고문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날 사면 결정이 나오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도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인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2019년 7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 ⓒ 연합뉴스

‘빈손 회동’ 되면 文도 尹도 ‘빨간 불’…담판 성사되나

회동이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 문제나 사면 등과 관련해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다른 사안과 관련해선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선 여권에서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 극적 타결을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빈손 회동으로 끝날 경우 여론 악화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더 취약한 쪽은 윤 당선인 측이 꼽힌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 여론조사(21~25일 조사, 2512명 대상)에서 윤 당선인 국정수행 긍정 전망(46.0%)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46.7%)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낮은 것으로 조사돼서다. 새로운 권력에 대한 기대치가 구 권력보다 낮은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 리얼미터 제공
ⓒ 리얼미터 제공

문 대통령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22~24일 조사, 1000명 대상)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로 ‘새 정부·당선인에 비협조’(19%)가 1위로 꼽혔다. 임기 내내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정책 실패’(16%)보다 높았다. 권력 이양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가 지속된다면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재기를 노리는 여권 진영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양측은 이날 회동에 ‘의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동에 성과를 낸다기보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라는 의미를 부각했다. 이날 어떤 합의도 없이 헤어질 경우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직접 합의를 이루기보다는 덕담 수준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고, 추후 실무진 협의로 합의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오후 6시부터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뤄진다. 회동 시간은 오후 9시까지 3시간으로 계획돼 있다. 회동 시간이 긴 만큼, 반주도 곁들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간 독대까지 이뤄진다면 회동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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