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까지 “자제 좀”…‘전장연 부메랑’ 맞은 이준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8 18: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지하철에서 호소하는 목소리 제대로 들어야”
野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 하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혐오와 갈라치기 정치”라며 이 대표를 공격한 가운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당의 구호와 (이 대표의 언행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비대위 회의에서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을 포함한 보편적 권리 확대를 위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이 이동권 보장을 비롯한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와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매우 당연한 책무”라며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서 호소하는지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전장연 비판 발언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더니 아무리 나이 젊어야 뭐하냐”며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다.

정의당도 이날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도부 전원이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 당위성을 강조하며 이 대표를 맹공했다. 여영국 대표는 “이 대표 자신은 여성 혐오자도 장애인 혐오자도 아니라며 강변하지만, 실상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동원해 시민들을 갈라치기하는 혐오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 대표의 언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에서 전장연 시위를 두고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의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가 ‘소수자’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당 차원이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미경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향해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라고 채근하자 조수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보탰다는 후문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보다 더 타격인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역 점거 시위를 연일 비판해왔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전장연이 출근하는 시민을 볼모로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