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됐다”더니 언급도 안 한 MB사면…공은 尹 정부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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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갈등 봉합 국면에 전략적 침묵 당한 ‘MB사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찬 회동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특별사면 문제에 쏠리고 있다. 당초 양측이 MB사면에 상당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날 회동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71분간 최장 시간 회동에도 사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지을 수 있는 일을 굳이 만들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MB사면 문제에 대해 전략적 침묵을 선택하면서,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 임기 내 MB사면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윤 당선인 측에서 MB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이라, 전날 회동으로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든 신‧구 권력 갈등 양상이 MB사면 변수를 계기로 다시 점화될지 주목된다.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의 모습과 2019년 1월2일 '다스 의혹' 관련 항소심 1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가운데) ⓒ 시사저널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의 모습과 2019년 1월2일 '다스 의혹' 관련 항소심 1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가운데) ⓒ 시사저널

‘빈손 회동’ 우려 씻었지만 ‘MB사면’ 뇌관 남아

29일 정치권에선 전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민생과 국민통합에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돼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상호 협력을 확인한 좋은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호평했다. 대선 이후 19일 만에 이뤄진 역대 가장 늦은 회동이 최장 시간 대화를 한 사례로 기록되자, 여야가 한 목소리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정치권이 전날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배경은 ‘빈손 회동’ 우려를 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양측은 전날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과 인사권 문제 등과 관련한 실무진 협의 채널을 재가동키로 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처음으로 ‘협력’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 합의에 이르진 못했으나, 그동안 파국으로 치닫던 신‧구 권력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 자체가 성과를 낸 것이란 평가다.

물론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집무실 이전이나 인사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실무진 협의 과정에서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뿐더러, 전날 언급조차 되지 않은 MB사면 문제도 뇌관으로 남아있어서다. 특히 양측은 이날까지도 사면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 회동에 참석하기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영접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 회동에 참석하기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영접하고 있다. ⓒ 연합뉴스

MB사면, 文 결자해지할까 尹으로 공 넘길까

전날 회동에서 사면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이유는 가까스로 마련된 회동의 취지를 흐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태희 당선인 특별고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MB) 사면 문제 때문에 모처럼 협조적 분위기에서 마련된 회동의 취지가 손상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 이 문제는 실무선에서 논의해 결론 내는 걸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측에 사면을 고리로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전략적 침묵을 택했다는 의미다.

당초 MB사면은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는 게 인수위 안팎의 시각이었다. 윤 당선인 측을 중심으로 사면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고, 윤 당선인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100%”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합의된 게 없다”는 반박이 주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회동 전까지 지속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MB사면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날 회동으로 가까스로 갈등 봉합의 전기를 마련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MB사면을 고리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윤 당선인 인수위에 MB계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어 새로운 정부 취임 이후 사면이 급속도로 전개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굳이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 당선인 측에선 MB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임 고문은 앞선 라디오에서 “문 대통령께서 사면 문제를 처리하고 임기를 마무리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MB사면을 결자해지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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