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2대 주주 오른 호반건설…조원태의 우군? 적군?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9 16: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 회장 편에 설 경우 분쟁 마무리…반대로 조 회장 경영권 위협할 수도
ⓒ연합뉴스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쥐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전날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17.41% 중 13.97%를 5640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입가는 5만6889원이다. 여기에 콜옵션 구주와 신주 인수권 행사 계약 지분, (주)호반이 사들인 지분까지 더하면 17.47%를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20.93%)에 이은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밖에 한진칼 주요 주주는 반도건설(17.02%)과 델타항공(13.21%), 산업은행(10.58%) 등이 있다.

항공업계는 호반건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선택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호반건설은 지분 매입의 배경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일단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반건설이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지분 인수 결정 전 한진그룹 측과 접촉해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존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에 더해 호반건설까지 우호세력으로 확보할 경우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56.1%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사라지게 된다.

물론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꺼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KCGI가 앞서 ‘지분 매각 시 견제 세력에 넘길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칼 지분율 2.59%),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만일 호반건설이 경영권 분쟁 당시 KCGI와 함께 했던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 3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자금력을 앞세워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게 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릴 수도 있다.

한편, 이번 한진칼 지분 매각으로 KCGI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KCGI의 한진칼 주식 주당 평균 매입 단가는 3만1105원에서 3만2496원 사이다. 총 3614억원에서 3776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KCGI는 매입가 대비 80%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