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의 명암 모두 지닌 동탄신도시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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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이 가진 신도시의 숙명
녹지·예술 등 문화 공간 풍성, 서울과의 접근성 과제는 여전
동탄여울공원 전경. 우측으로 반석산과 오산천이 있다. ⓒ김지나
동탄여울공원 전경. 우측으로 반석산과 오산천이 있다. ⓒ김지나

신도시들은 기업과 주민을 유치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들을 펼친다. 서울과 가깝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자랑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장밋빛 개발 전망들을 내놓으며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이렇게나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추긴다. 그렇게 갈수록 늘어나는 서울과 수도권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시작된 신도시 사업이 어느덧 3기차에 접어들었다.

주택 공급에만 온 역량을 쏟아 부었던 1기 신도시 때에 비해 2기 신도시들은 녹지나 공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동탄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풍경의 대부분이 논밭이었던, 그야말로 평범한 농촌 마을 ‘동탄면’이 시원한 대로와 화려한 주상복합 건물들로 채워지는 동안에도 반석산과 오산천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공원이 동탄신도시를 관통하며 주거단지 곳곳에 스며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고유의 자연과 인공의 녹지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도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2017년 캐서린 구스타프슨이 동탄여울공원의 잔디마당을 대상지로 작업한 특화 공간의 디자인. ⓒGGN
2017년 캐서린 구스타프슨이 동탄여울공원의 잔디마당을 대상지로 작업한 특화 공간의 디자인. ⓒGGN

도시와 자연 경계 허문 동탄신도시

동탄여울공원은 그런 동탄2신도시의 대표 공원이다. 이곳에는 지난 2017년부터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런던 하이드파크의 ‘다이애나 메모리얼 분수’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조경가 캐서린 구스타프슨이 동탄여울공원에도 작품을 만들기로 것이다. 구스타프슨팀 역시 동탄의 풍부한 자연에 주목했다. 한국의 풍광이 외국인인 그들에 눈에는 더 특별해보였는지, 반석산의 자태와 오산천 물줄기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두 개의 정원을 구상해냈다.

하나는 주변의 주상복합 건물들 사이로 동탄여울공원에서 동탄역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길다란 형태의 부지가 그 대상이었다. 구스타프슨의 디자인은 광장 같으면서도 때로는 산책을 즐기고 때로는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요소들로 채워져, 반대쪽의 고요한 자연 풍경과는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하게 했다. 구스타프슨 팀은 한국의 ‘문지방’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공간의 콘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 말 그대로, 도시의 중심부에서 동탄여울공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마치 도시와 자연 사이에 놓인 문지방을 넘듯이 한 걸음 한 걸음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가 또 다시 도시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일명 ‘잔디마당’이라 불리는 탁 트인 잔디밭에 시냇물 같은 물줄기가 거대한 원형을 그리며 흐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물줄기의 여정은 작은 연못을 이루는 것으로 끝이 난다. 가운데 비워진 잔디밭 공간은 여러 가지 이벤트가 펼쳐질 수 있도록 남겨두었다. 구스타프슨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원래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완성이 된다면 동탄신도시의 명소가 될 것임엔 틀림없어 보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 ⓒ김지나
롯데백화점 동탄점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 ⓒ김지나

도시 매력 배가시키는 백화점의 문화예술 전략

최근 동탄신도시는 또 다른 특별한 공간이 들어서며 화제를 몰기도 했다. 최악의 전염병 사태 속에서 7년 만에 새로 매장을 낸 롯데백화점이 그 자리로 동탄을 선택한 것이다. 작년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수도권에서는 매장 면적이 가장 넓다고도 알려져 있다. 대규모 쇼핑시설이 워낙 많은 요즘 ‘경기도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은 그다지 주목할 것이 못되지만, 백화점 곳곳에서 발견되는 100여 점의 미술작품들은 전에 없던 이색적인 광경이었다.

그저 빈 벽면에 그림을 걸거나 남는 자리에 조각품을 세워두는 식이 아니었다. 계절마다 업데이트되는 실감형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건물 외벽에 마련된 디지털 사이니지까지 작품의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백화점이 아무리 넓다한들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작품 설치 위치나 형태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100가지에 달하는 작품들을 조화롭게 전시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백화점이 새롭게 시도하는 문화예술 전략은 가족단위의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동탄신도시의 특징과 맞물리며 이 지역만의 독특한 여가문화로서 무난히 안착되리라 예상이 됐다.

 

‘베드타운’ 넘어 자족하는 공간돼야

동탄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서울의 높은 집값과 교통체증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자연과 가까우면서도 다양한 편의시설들을 갖춘 동탄신도시가 탐날 만도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해결된다면’이다.

동탄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도시였지만 아무나 살 수 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2기 신도시는 서울의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음에도 아직은 계획도시의 한계가 명백하다. 현재로서는 서울과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를 하루빨리 확충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해법이 없다.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신도시의 숙명은 과연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까. 아름다운 자연과 세심하게 설계된 여가 공간, 최첨단의 문화 전략들은 지금의 도시개발 이슈에 있어서 그저 조연에 머물 수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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