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안나린 있으니 LPGA ‘신인왕 탈환’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3 13: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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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맞은 LPGA, 더 이상 한국 독무대 아냐
태국의 10대 대형 루키 티티쿨, 신인랭킹 선두 치고 나가

더 이상 코리안 낭자의 독주는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올 시즌 초미의 관심사는 고진영, 넬리 코다(미국) 등 기존 톱랭커들을 위협할 대형 루키들의 등장과 LPGA투어 사상 최초로 상금 500만 달러의 주인공이 탄생할지 여부다. 무엇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LPGA 신인왕을 독식했던 한국 여자골프는 그야말로 세계 최정상으로서 난공불락의 위세를 자랑해 왔다.

한국은 2015년 김세영(29)을 시작으로 2016년 전인지(28), 2017년 박성현(29), 2018년 고진영(27), 2019년 이정은6(26)까지 신인왕을 배출하며 LPGA투어 루키 보유국이라는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인왕은 태국의 패티 타바타나킷(23)에게 돌아갔다(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시즌과 통합되었다). 6회 연속 신인왕의 기대를 모았던 김아림(27)을 제친 것이다.

그동안 KLPGA를 주름잡던 최혜진(23)과 안나린(26)이 올 시즌 미국에 첫 입성할 때만 해도 끊어진 신인왕 계보는 당연히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최혜진이 누구인가. 2018~20년 3년 연속 KLPGA 대상을 석권한 그야말로 세계 정상급 선수다. 안나린도 KLPGA 통산 2승을 거두고, LPGA투어 Q시리즈에서 수석 합격하며 미국 무대 돌풍을 예고했다.

올 시즌부터 LPGA투어에 입성한 안나린(왼쪽)· 최혜진 선수 ⓒAP연합

6년 연속 신인왕 배출 실패한 한국, 타이틀 탈환에 자존심 걸려

하지만 3월28일(한국시간) 끝난 JTBC 클래식까지 올 시즌 치러진 6개 대회에서 드러난 루키들의 대활약은 올 시즌 신인왕의 판도를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무한 경쟁체제로 만들고 있다. 우선 6개 LPGA투어 대회 우승자가 모두 다르다. 그중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은 선수가 3명이나 된다. 특히 JTBC 클래식에서 톱3에 오른 선수 중 두 명이 신인이다.

올해 신인왕 타이틀은 한국, 태국, 프랑스, 일본 등 4개국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JTBC 클래식 우승으로 ‘10대 돌풍’의 주역이 된 태국의 아타야 티티쿨(19)을 비롯해 프랑스의 장타자 폴린 로신 부샤르(21), 일본의 기대주 후루에 아야카(21), 시부노 히나코(24) 등이 한국의 최혜진·안나린과 자웅을 겨룰 전망이다.

역대 판도를 보면, 신인왕은 5개 메이저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루키가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첫 메이저인 셰브론 챔피언십(4월1~4일)을 시작으로 US여자오픈(6월3~6일), KPMG 여자PGA 챔피언십(6월24~26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7월22~25일), AIG 여자오픈(8월5~8일)에서 우승한다면 신인왕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타바타나킷이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현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일찌감치 신인왕을 확정 지은 바 있다.

3월28일 LPGA투어 JTBC 클래식에서 우승한 태국의 티티쿨이 우승컵을 들어올리 고 있다.ⓒKyodo News

프랑스의 로신 부샤르, 일본의 후루에·시부노도 경쟁 후보

일단은 가장 먼저 우승한 티티쿨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현재 신인왕 타이틀 순위를 보면 티티쿨이 329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혜진이 114점으로 2위, 안나린이 104점으로 3위, 후루에가 99점으로 4위, 로신 부샤르가 87점으로 5위, 시부노 히나코가 66점으로 6위에 올라있다. 티티쿨이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비록 LPGA 무대에서는 신인이지만 이미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아마추어 시절 2승을 포함해 4승이나 거두면서 지난해 신인왕과 상금왕 등 타이틀을 휩쓸 정도로 경험 면에서 최혜진·안나린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만약 티티쿨이 올 시즌 신인왕을 거머쥔다면, 태국은 2년 연속 타이틀을 이어가면서 한국의 기록에 도전하게 된다.

티티쿨의 최대 대항마는 역시 최혜진과 안나린이다. 최혜진은 KLPGA투어에서만 통산 10승을 달성한 초대형 선수다. 2018년 신인왕과 대상을 동시에 차지했고, 2019년에는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등 3관왕을 차지했다. LPGA 경험도 이미 쌓았다.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LPGA투어에서 2차례 준우승과 6차례 톱10에 들 정도로 언제든지 우승이 가능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최혜진은 올 시즌 3개 대회에 출전해 게인브리지 LPGA 앳 보카 리오에서 공동 8위를 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안나린은 2020년 KLPGA투어에서 2승을 차지하며 무관의 아픔을 씻고 일취월장했다. 세계 진출을 노리며 뛰어든 Q시리즈에서 8라운드 합계 33언더파 541타를 쳐 로신 부샤르를 1타차로 제치고 역전승으로 수석 합격했다.

로신 부샤르 역시도 특급 루키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6개월 이상 지켰던 선수다. 지난해 8월 프로로 전향한 지 2주 만에 LET 스웨덴 스카프퇴 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번 Q시리즈에서 2위에 올라 경쟁력이 더 강해졌다.

(J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후루에도 눈여겨볼 선수다. JLPGA투어 작년과 올해 통합 시즌 상금랭킹 2위에 오른 뒤 LPGA투어에 도전한 후루에는 Q시리즈를 7위로 통과했다. 201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하고도 LPGA투어에 진출하지 않았던 시부노는 메이저대회 챔피언 신분으로 신인왕에 도전한다. 시부노는 J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관록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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