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文도 전적으로 소통·협치·통합에 달렸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3 10: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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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 간 신구 권력 갈등이 초래한 지지율 효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원래 3월16일로 예정되었던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은 19일 만에 이루어졌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 중에서 가장 늦었다. 그렇지만 무려 3시간 가까이 만찬을 하면서 역대 최장 회동 기록을 세웠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디어 만났다는 사실 자체다. 예정된 회동이 무산되면서 대통령과 당선인 사이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났고 취임식 때까지 회동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었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생산적인 국민 통합과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회동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실무 협상에 따른 견해 차이라기보다 감정싸움에 가까웠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한국은행 총재 후보를 비롯해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대표에 대한 인사권, 추경 편성에 따른 협력 등 여러 사안을 놓고 충돌했다. 심지어 회동을 안 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감사위원 임명 관련 갈등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선 뒤 첫 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선 뒤 첫 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과 회동 늦춰지며 尹 지지율도 하락

회동이 빠른 시간 내 성사되지 않은 이유였을까.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감은 대책 없이 하락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표에 표시)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향후 5년간 국정수행을 어느 정도로 잘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다. 대선 직후 첫 조사(3월10~11일)가 실시되었을 때 ‘잘할 것’이라는 긍정 전망은 52.7%로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잘못할 것’이라는 부정 전망은 41.2%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낮은 수치였지만 절반은 넘기는 결과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3월21~25일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 기대감은 46%로 나타났고, 부정 기대감은 49.6%로 나왔다(그림①).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당선인에 대한 부정 기대감이 긍정보다 더 높은 결과다. 비상 국면이다. 제아무리 정권교체 여론에 올라타 정권을 잡게 되었지만 국민 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다른 이유보다 문 대통령과 회동에 응하지 않은 외부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왜냐하면 회동 무산 이후 진영 간 갈등은 더 깊어지고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감은 더 부담을 안는 결과로 나타났다. 회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담 요인은 제거되고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감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쩨로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감에 대한 타격은 ‘엠여중(MZ세대·여성·중도층)의 반발’이다. 이번 대선에서 승패의 결정적인 분기점이 된 유권자층은 2030세대와 여성 그리고 중도층이었다. 전례 없는 비호감 대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끝까지 표심을 결정하지 못했던 유권자층이다. 그래서 대선 이후에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엠여중’ 유권자층의 판단은 다른 계층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수행 기대감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엠여중’ 유권자층의 변화다.

리얼미터와 미디어헤럴드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직후인 3월10~11일 결과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에 대한 20대 긍정 기대감은 51.5%, 중도층 긍정 기대감은 50.5%로 각각 나타났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추경 예산 협의 난항 등 각종 이슈에서 정부·여당과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3월21~25일 조사에서는 20대 41.7%, 중도층 44.1%로 각각 나왔다. 윤 당선인 국정수행의 긍정 기대감이 전체 평균 결과값보다 낮은 수치다(그림②).

무엇보다 2030 MZ세대, 여성, 중도층이 주목하는 당선인의 행보는 소통과 협치 그리고 통합이다. 오롯이 당선인이 대선 이후 국민 전체의 통합을 위한 정부 구성, 그리고 여당과 협치하는 모습에 더욱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긍정 기대감이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비교할 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대선 결과의 여진이 남아있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지속되는 점도 빠트릴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굳이 당선인의 위치에서 이유를 포착하자면 기대감에 아직 상응하지 못하는 행보와 태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文 부정평가 이유, ‘당선인 비협조’가 1위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이 결국 성사되었지만 지체된 책임으로부터 문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법무부 수사 지휘권 폐지 등 공약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대통령을 조용히 보필해야 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연신 윤 당선인에게 돌직구를 날리기 바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당선인을 향해 ‘K트럼프’라며 덕담은커녕 비판과 공세를 취하기에 바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윤 당선인의 추경 예산 편성에 대해 자신은 예산안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비협조적인 반응이었다. 청와대·정부·여당의 태도 또한 궁극적으로 문 대통령의 책임 범위 내에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3월22~24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새 정부 당선인에 비협조’가 19%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정책’보다 더 높은 이유로 선택받은 것이다(그림③).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퇴임 직전 지지율을 자랑하는 대통령이지만 정권 이양을 받아야 하는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면 퇴임 이후 큰 부담이 된다. 임기 막바지에 느닷없이 ‘김정숙 여사 옷 의혹’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임기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점에 국민과 여야를 통합하고 당선인과 잘 소통하고 협치하는 모습이라야 국정수행 지지율의 성격이 좋아진다. 단순히 수치가 높은 게 아니라 진영과 이념을 떠나 국민 모두로부터 호응을 받는 점수를 얻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뚜렷하고 구체적인 결과는 없다 하더라도 최장시간 회동을 통해 만남 지연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통의 자리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윤 당선인을 향한 국민의 기대감은 더욱 솟구친다. 1980년 미국 대선에서 레이건과 맞붙어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당선인에게 ‘성공과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했다. 문 대통령도, 윤 당선인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비법은 간단한다. 소통, 협치, 통합(소협통)이 그것이다. 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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