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재택근무 중단 실험’ 성공할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4 07:3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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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전면 출근했지만 정상으로의 회귀는 요원…고용 및 기업 환경도 이전과 큰 변화 예상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싸움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전히 수십만 명 단위의 확진자가 나오고 하루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거리 두기와 격리로 대표되는 코로나19 시대를 이제는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사회로의 복귀를 모두가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염병 이후에는 큰 사회적 변화가 발생하곤 했다. 질병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로 노동력 축소가 식량 생산 감소로 연결되면서 기아와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노동력의 감소는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영주와 농노로 이어지던 인신 구속이 자유로운 계약관계로 변화하면서 시대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2021년 11월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고용구조 변화와 향후 전망’에 대한 설명에 앞서 영상자료를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전염병 사태 후에는 늘 큰 사회적 변화 나타나

21세기에도 큰 틀의 흐름은 유사하다.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던 글로벌 공급망은 각국의 연이은 봉쇄와 노동력 이탈 등으로 삐걱거리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자산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외국인과 고령자 등의 노동시장 대거 이탈로 인해 부족해진 노동력은 자본과의 힘겨루기에서 노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금 인상 요구는 거세며, 노동 부문의 조직화는 다시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세대가 노동시장의 주력으로 등장하면서 코로나19 이후의 고용과 기업경영은 큰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인건비의 급속한 상승에 따른 고용 형태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미숙련 인력을 채용한 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활용하는 체제는 이제 존속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교육·훈련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을 여러 가지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었지만 높아진 인건비는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인 비용 상승은 한 지붕 아래서 종합적으로 이뤄지던 업무를 세분화하고 외주화함으로써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촉진하고 있다. 주방 보조를 뽑아 재료 구입 및 손질부터 식당의 여러 가지 일을 가르치면서 배달도 맡기는 과거의 모델은 사라지고 플랫폼을 통한 재료의 발주와 배달이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은 이런 요인 때문이다.

새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세대의 인식 변화 역시 큰 변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공동체’ 인식은 소멸했으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 급여나 노동조건보다 더 큰 희생과 노력을 감내할 수 있다는 인식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모호한 업무 분장과 지시는 더 이상 수용되지 않고 있으며 명확한 일정과 업무범위 그리고 해당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보상이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을 곳은 제조업 분야다. 제조업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과 일사불란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이상의 인내와 협력 그리고 자기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제조업 성장에는 전통적으로 존재해 오던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과 공동체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제는 소멸하고 있다. 자동화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인력 부족과 숙련도 저하로 인해 효율이 떨어지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상승하는 인건비는 필연적으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된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산업에서 외국인 비중은 계속 높아졌지만 이제는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만 적용받아도 연 2만 달러 이상을 본국에 송금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노동력은 많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인력의 유입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인력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저출산 여파로 인해 매년 노동시장 진입 인력이 종전의 연 60만 명 규모에서 40만 명 규모로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진행된 부동산, 주식 및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의 급등은 노동의욕을 저하시켜 노동력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IT, 서비스업 등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외국인의 진출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국제적 이동이 원활해질 경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초급 수준의 개발자에게도 1억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IT 기업들로서는 외국인 인력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의 소프트 파워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임금 전문직 부문에 외국인 진출이 확대되면서 고임금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비용 상승은 기업들에 채용 및 경영 방식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인력 양성의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기업들은 과거 직접 채용을 고수하던 핵심 영역에서도 외주 및 프리랜서 활용 등을 적극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전체적인 업무 발주나 관리 등을 담당할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면서 몸값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의 경우 핵심 업무에 대한 경험 축적과 접근은 현재에 비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기업 내에서도 담당 업무 및 영역에 따라 임금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직장 내 격차 확대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임금 양극화 가속

느리지만 분명히 진행되고 있던 고용 및 기업경영의 변화는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했다.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와 원격회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근무환경에 대한 실험을 거치면서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간과 인력 확보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직원들 역시 의무적인 출근과 장시간 노동의 타당성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됐다. 2년간의 실험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러한 상호 간 인식변화는 필연적으로 고용과 기업 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월 접어들면서 시작된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재택근무 중단 및 전면 출근으로의 복귀가 과연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두가 ‘복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모습은 분명 2019년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년 넘는 시간을 거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는 더 이상 ‘정상’으로 간주될 수 없게 됐다. 성과에 대한 압박과 객관적 평가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기업 역시 구성원을 과거와 같이 온정적으로 대하거나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다. 계약과 성과가 교환되는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으로의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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