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도 아닌데…’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서 어떤 역할 했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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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한덕수 전관예우’ 논란
前김앤장 변호사 “정부·국회·청와대 출신 ‘세트’로 영입해 힘 키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본격적인 청문회 대비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본격적인 청문회 대비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를 두고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다. 법조인 출신도 아닌 한 후보자가 4년4개월 동안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하며 약 18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고문료의 적정성과 역할 등을 문제 삼고 나섰다. 과연 한 후보자의 사례를 바라보는 법조인들의 시각은 어떨까.

더불어민주당은 5일 “법률가도 아닌 전직 고위 관료가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국민은 의아해한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받은 월 3500여 만원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과 양심의 기준에 맞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제대로 된 검증이야말로 국민들이 야당에게 바라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2018~2020년 연봉 5억원씩 15억원과 지난해 연봉 3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2002년 11월~2003년 7월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며 1억5000여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한 후보자와 김앤장의 관계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로 지명된 한 후보자는 2007년 청문회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 김앤장이었다. 김앤장이 한 후보자와 같은 경제 부처 출신 고위 관료를 고문으로 영입해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한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한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었다.

정치권에서 전관예우 논란은 매 정부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5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 전업 후 5개월간 16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명 후 6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한 후보자의 경우 비법조인 출신임에도 공직과 로펌을 수 번에 걸쳐 왔다갔다 하며 의혹을 부채질한 셈이다.

민주당의 지적대로 한 후보자는 대형 로펌으로부터 어떻게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시사저널과 만난 전‧현직 로펌 변호사들과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들은 한국판 ‘관시(關系·관계나 인맥을 뜻하는 중국어)’가 한 후보자와 같은 비법조인 출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김앤장에서 국내 대기업 소송을 대리했던 A변호사는 “로펌의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며 김앤장이 고위 전관을 비롯한 전직 공무원들을 세트(set)처럼 꾸리고 있다고 했다. A변호사는 “어느 팀이든 과장이나 국장급, 주무관(7급)에서 시작해 사무관으로 끝난 실무형 공무원 출신이 최소 3명의 세트를 이뤄 포진해 있다. 중앙부처가 아니더라도 처나 청 단위 조직, 국회 사무처 출신 인재도 있다”며 “로펌 울타리 안에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등 대한민국의 작은 정부가 또 하나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견건설회사 법무팀에서 재직하고 있는 B변호사는 “로펌의 능력은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분쟁이나 소송이 벌어지기 전에 갈등을 봉합하고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정부 출신 고위 관료들은 경력 자체가 스펙이 된다. 그들의 인맥이나 정부 릴레이션십(관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 꾸려진 국회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앞서 만난 한 기자가 ‘고액 연봉을 두고 논란이 있다’고 묻자 “그건 기자님 생각”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모든 것을 팩트 체크를 해서 우리가 국회청문회를 위해서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출근길 한 후보자의 고액 보수 논란에 대해 “잘 판단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일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럼에도 현재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국민 여러분에게 실질적 보탬이 될 수 있는 연륜과 지혜로 국정 새롭게 이끌 총리 책임자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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