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각 진용 봤더니…‘깜짝 발탁’에 가려진 ‘측근 기용’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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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 한동훈, 행안 이상민 등 ‘파격’ 지명
민주 “나눠먹기 인사”…송곳 검증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18개 부처 가운데 16명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윤 당선인 측은 후보자의 ‘능력’과 ‘경험’을 최우선으로 평가했다는 입장이지만,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당선인의 오랜 지인이거나 대선 기간부터 지근거리에서 도운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을 “나눠먹기 인사”라고 평가절하하고는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2차 내각 인선 명단에는 교육부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국민의힘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올랐다. 대통령 비서실장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명됐다.

지난 10일 발표된 1차 내각 인선에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국방부 장관에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 여성복지부 장관에 김현숙 전 의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포함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마친 뒤 외부 일정에 나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마친 뒤 외부 일정에 나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尹 선후배’가 장악한 내각?…서울대 법대만 5명

이날까지 윤 당선인이 발표한 16명의 장관 후보자는 대부분 대선 때부터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인수위에도 합류한 인물들이다. 특히 윤 당선인과 학창 시절부터 연을 이어온 오랜 지인도 다수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가 충암고, 서울대 법대 라인을 잇는 윤 당선인의 4년 후배다. 이 후보자는 대선 당시부터 후보를 가까이서 도왔으며, 인수위 출범 뒤에는 대외협력특보를 맡아 윤 당선인 곁을 지킨 인물이다. 행안부 장관 자리에는 당초 공동정부를 구상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몫으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측의 만류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6‧1 지방선거를 총괄하고 경찰을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 자리를 윤 당선인이 직접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파격 인사’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다.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을 역임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SK 분식회계 사건과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함께 수사한 최측근 인사이며,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후보 하마평에 올랐으나 이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깜짝 발탁됐다.

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재학 시절 형사법학회 활동을 함께 하는 등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석에서는 ‘형‧동생’ 하는 사이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권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국민의힘 입당을 성사시킨 인물로도 꼽힌다. 이외에도 16명의 후보자 중 5명(권영세 포함 박진‧이상민‧원희룡‧한동훈)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직속 선후배 사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윤 당선인과 동갑내기로, 대학 시절부터 약 40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민주 “인사 참사 아닌 인사 테러”…청문회 송곳 검증 예고

윤 당선인 측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인사 참사 정도가 아니라 대국민 인사 테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콕 집어 “측근을 내세워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며 “통합을 바라는 국민과 대한민국에 대한 전면적, 노골적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서도 “아직 개별 후보자에 대한 현미경 검증은 시작도 안 했는데 망원경으로만 봐도 결격 사유가 많다”며 “특히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자녀 경북대 편입 의혹, 저출산, 성범죄 왜곡인식은 충격적이다. 과연 국무위원으로서 기본적 자질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이 “전문성보다 친소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고,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내주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 청문회를 시작으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혈투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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