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문화재 1500만원에 사놓고 ‘물려 받았다’고 속인 박물관장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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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대명률 장물업자에게 구입 후 문화재 지정 신청
대법원서 박물관장 징역 3년형 확정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도난된 고서를 장물로 구매한 후 선친에게 물려받았다고 속여 문화재 지정을 받아낸 박물관장에게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설 박물관장 A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아들 B씨에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됐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2년 대구에서 장물업자 C씨로부터 1500만원에 대명률을 구입했다. 향후 대명률이 보물 등 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10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약속도 함께였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 시대 법률 서적으로서, 조선 형법의 근간이 됐다. A씨가 구매한 대명률의 경우 중국에 남아있는 대명률보다 오래되고 보관 상태도 양호한 희귀 판본으로 전해졌다. 해당 서적은 1998년 경주의 한 고택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같은 해 10월 해당 대명률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하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입수 경위를 속였다. 이후 대명률은 보물 1906호로 지정됐고 A씨의 박물관에 약 4년간 전시됐다.

그러나 A씨와 C씨 간 신뢰가 깨지면서 범행 전반이 드러나게 됐다. C씨가 대명률이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1000만원을 더 지급하겠다던 A씨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수사기관에 협조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대명률의 취득 경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이를 통해 보물로 지정하게 한 이 사건 범행은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면서 A씨에 징역 5년, 아들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허위의 문화재를 제작해 지정신청을 한 것은 아니고, 대명률을 큰 훼손없이 위탁 보관했다”면서 A씨를 징역 3년, B씨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A씨와 B씨는 상고에 나섰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지었다.

한편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16년 11월 약 2년간의 수사 끝에 A씨와 문화재 전문 도굴꾼, 장물업자 18명을 입건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수사로 대명률, 국보급 문화재인 동의보감 초간본 등 도난 문화재 약 3800점이 회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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