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북지사, 전격 정계은퇴 선언…‘宋心’은 어디로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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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최대변수 ‘송심’ 향배 주목…김관영·김윤덕·안호영 몸 낮춰 구애
송 지사 위로 “전북 발전에 헌신, 전북정치 큰 어른으로 모시겠다” 덕담
캠프 핵심인사 김관영 지지 표명…정치적 한배 탔던 김윤덕, 복심과 인연
더불어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1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더불어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1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송하진 예비후보 선거준비사무소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송 지사의 마음, 이른바 ‘송심(宋心)’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 것인지가 향후 경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송심’을 얻은 후보는 한때 경쟁자였던 송 지사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통합의 이미지까지 부각할 수 있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4차 회의를 통해 전북지사 경선 후보로 김관영 전 국회의원과 안호영, 김윤덕 의원 등 3명을 선정했다. 송 지사와 유성엽 전 의원은 경선에서 배제됐다. ‘이변의 고배’를 마신 송 지사는 곧장 연가를 내고 숙고에 들어간 끝에 18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3명의 경선 후보들은 한껏 몸을 낮추며 ‘송심’ 구애에 나서고 있다. 먼저 송 지사의 용퇴를 주장했던 김관영 전 국회의원은 15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고향 전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송하진 지사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전북경제 도약의 길을 열어준 업적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전북 정치의 큰 어른으로 모시겠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 11일 “송 지사의 과욕이 정치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시장 8년, 도지사 8년이면 충분했다. 명예롭게 물러나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역 정가의 어른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송 지사의 용퇴를 주장했었다.

김윤덕 의원(전주갑)도 ‘송심’이 어느 후보에게 갈 것이란 질문에 “송 지사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면서 “아무래도 그런 것(송 지사의 지지)이 경선에서 크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은 “어제(14일) 송 지사께 전화를 드렸다. 조만간 만나 뵙고 인사드리겠다”면서 “전북 발전을 위해 헌신한 송 지사에게 지혜를 구해 도정을 이끌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들이 송 지사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현직 도지사가 지역 표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의 발언은 ‘정치적 어른’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 송 지사의 조직과 고정표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지지자들이 17일 전북도의회에서 송 지사의 경선배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하진 캠프
송하진 전북도지사 지지자들이 17일 전북도의회에서 송 지사의 경선배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하진 예비후보 선거준비 사무소

그렇다면 ‘송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우선 송 지사의 핵심캠프 인사들의 움직임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김관영 전 의원이 ‘송심’ 구애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인사들이 김 전 의원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내면서다. 고성재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송하진 지사의 지지자들은 18일 “현 시점에서 지사님의 도정 성과가 온전히 도민들께 이양될 수 있도록 계승할 수 있는 후보는 김관영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김윤덕 의원이 ‘송심’ 간택에서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송 지사가 전주시장 재선을 거쳐 처음 도백에 당선될 때 김 의원이 진두지휘했던 만큼 ‘송심’ 구애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한배를 탔던 송 지사의 복심인 이원택(김제·부안)의원과도 과거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에 ‘송심’은 측근들이 품고 있는 적의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송 지사는 이날 은퇴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타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치하는 동안 많은 동지와 함께했는데 어설픈 사람은 없었다”며 “제가 떠나는 마당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우리의 정치가 더 바른쪽으로 나아가도록 뜻을 모으겠다”고 직답을 피했다.

이에 비해 측근들은 보다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송 지사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은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특정세력의 공천개입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려 지역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이 의원은 “당신들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적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이런 말을 해본다”면서다. 다만, 이 의원은 해당 글에서 용서할 수 없는 ‘당신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김제·부안)이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특정세력의 공천개입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려 지역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김제·부안)이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특정세력의 공천개입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려 지역정가에 회자되고 있다.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일부는 전북출신 거물 정치인과 김성주 전북도당위원장(전주병)가 송 지사의 경선 배제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내놨다. 고성재 전 전북도 비서실장과 지지자들은 같은 날,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성주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공관위원으로 참여해 송 지사의 컷오프를 강하게 주장해 반영시켰다는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며 “송 지사 컷오프 배후에 거물급 정치인과 청산돼야 할 구태의연한 계보정치가 도사리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설득력 있게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성주 위원장은 “공관위가 어떤 정치적 라인에 의해 도지사 경선후보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송 지사의 컷오프를 내가 주도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오히려 친 송하진이다”고 반박했다. 안호영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 김성주 전북도당위원장 등이 두터운 우군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지배적 견해다.

이처럼 송 지사의 의중, 즉 송심(宋心)이 누구에게 있냐는 추측과 논란이 이어지자 지역정가 한 인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송심이 아니라 민심(民心)”이라며 “‘심(心)’ 마케팅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에서 자신이 도정을 가장 잘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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