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비협조적인 이은해, '증거불충분' 알면 계속 부인할 수도
  •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5 07:3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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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조현수 검거 후에도 풀리지 않는 3대 미스터리

잡아도 끝나지 않는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와 조현수(30)가 4월16일 검거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듯했지만, 시종일관 예측하기 힘든 모습으로 혼선을 주고 있다. 일반적인 피의자와 달리 자수를 하고도 묵묵부답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간의 도주 중에 여행을 갔다 오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살인죄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조차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이를 해결할 실마리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 사진)·조현수(30)씨가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의문점①

자수하고도 왜 경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까?

이은해는 도주 중에 수사망이 좁혀오자 결국 아버지를 통해 조현수와 함께 자수했다. 다만 일반적인 자수와 달리 자신의 거주지를 경찰에 먼저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자수 이후 두 사람은 범죄 혐의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피의자들의 태도를 두고 ‘진정한 자수라고 볼 수 없어 감형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전혀 근거 없는 예측은 아니다.

자수(自首)라는 건 자기의 범죄사실을 신고해 수사와 형벌을 받겠다는 것을 표현하는 행위다. 이는 ‘자복(自服)’과 구분된다. 자복이란 수사기관에서 피의자가 조사를 받을 때 스스로 범행사실을 자백하는 것을 뜻한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데,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자백(自白)’으로 바꿔도 의미 전달에 큰 무리가 없다. 이은해는 엄밀히 말해 자백을 안 하고 있다.

피의자들이 자백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몇 가지 살펴보면 △죄책감이나 불안,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경우 △수사기관이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판단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수사관과 인간적인 신뢰감이 형성된 경우 등이다.

과거 피의자들의 행적을 보면, 이은해·조현수가 심리적인 압박에 못 이겨 자백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들의 살인죄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도 완벽해 보이지 않는다. 피의자들이 범죄 혐의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재판에 대비한 일종의 방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수사기관이 어디까지 정보와 증거를 갖고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만약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확실한 경우 이은해와 조현수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반면 증거가 부족할 경우 부인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나아가 여죄(餘罪·주된 범죄 이외의 다른 죄)를 저질렀는데 수사관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인지할 경우,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상태에서 피의자들로부터 진실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수사관들이 피의자들과 좀 더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조사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문점②

공개수배가 내려진 뒤에도 지인들과 1박 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이처럼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피의자들은 공개수배된 이후 타인 명의의 오피스텔에 숨어 지냈다. 그러다 4일이 지난 시점에 지인들과 함께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1박 2일 외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출의 목적이 언론에서 표현한 것처럼 ‘여행’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신 분명한 점은 이들이 외박 중 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다 수사망에 걸려들었고, 곧 자수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4일간의 잠적 끝에 외출한 목적을 생각해 보자. 우선 자유로운 도시생활에 익숙한 상태에서 도망자로 숨어 지내는 불안한 생활에 쉽게 지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때 심리적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도망자는 외부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생활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체포 위험이 높아지는데도 지인들과 돌아다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포자기 심정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혹은 체포를 염두에 두고 지인들과 수감 전에 마지막 여행을 했을 수도 있다. 또는 자신들이 체포된 이후 뒷일을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으로 여죄를 숨기거나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서로 논의했을 수 있다.

만약 이들이 공개수배된 사실을 알고도 단순히 여행을 위해 나간 것이라면, 정서적으로 불안감이 적은 냉혹한 성향을 띠고 있다고 보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과거 이은해의 행적을 보면 그러한 주장이 일견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이은해는 타인을 속이고 조종하는 일에 특화된 인물이다. 또 결혼은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며, 기생적 삶의 도구인 남편이나 애인의 죽음에는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둔감성이 배어있다. 다만 그가 사이코패스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갖추고 정확한 진단을 해봐야 한다.

 

의문점③

수영을 못 하는 피해자를 구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죄 처벌이 가능할까?

이은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불러모은 건 그의 충격적인 과거였지만, 진짜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은 사법처리 방향이다. 일단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피해자 윤아무개씨(이은해의 남편)를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에 앞서 이은해는 윤씨가 수영을 못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계곡 사건 전에 이미 낚시터에서 수영을 못 하는 피해자를 익사시키려다 실패한 혐의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 당시에 피의자들은 윤씨를 직접적으로 익사시키지 않았다. 정확히는 심리적 강요를 통해 윤씨가 스스로 물에 뛰어들게 했고, 조현수는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 이때 중요한 증거는 피의자들이 행위를 저지르기 전에 사전 모의를 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정황상 보험금을 노리고 수차례 피해자를 해하려 했다는 것이 인정된다. 하지만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살인죄를 뒷받침할 피의자들의 자백을 얻어내는 것이다. 또 이를 입증해줄 증거 확보도 집중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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