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민주당 검수완박, 창피하고 부끄럽다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2 09:30
  • 호수 169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요즘 모습을 보면 운동권 정치의 말기적 증상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운동권 세력은 한때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권력을 잡은 뒤 특권과 반칙에 익숙해져 어느새 한국 정치의 퇴행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들의 행태는 대략 네 가지 특징을 띤다. ①끼리끼리 나눠 먹는 패거리 정치 ②자기들만의 정의에 취해 고무줄처럼 가치 기준을 바꾸는 내로남불 ③이념에 집착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비현실적인 정책실험 ④상황이 불리해지면 남을 탓하거나 상대한테 뒤집어씌우는 언어희롱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전격 사퇴한 가운데 전국의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의 긴급회의가 열린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전격 사퇴한 가운데 전국의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의 긴급회의가 열린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연합뉴스

운동권 정당의 말기적 증상인 듯

헌법에 나와있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전형적으로 특징③에 해당한다. 그들은 ‘검사=악’이라는 이념적 도식에 사로잡혀 국민 고통이 가중되는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천만한 정책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검수완박엔 검찰을 적폐청산의 일등공신으로 추켜세우더니 살아있는 ‘조국 권력’을 수사하자 갑자기 개혁 대상 1호로 바꿔버리는 내로남불(특징②), 엊그제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외치던 ‘검수완박’이란 표현을 온 세상이 들고일어나 비판하자 ‘검찰 정상화’라고 뒤집는 언어희롱(특징④)도 가미돼 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운동권 정치의 문제는 역시 이념을 민생에 앞세우는 특징③과 관련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부동산을 잡겠다며 돈 많은 사람들을 싸잡아 적으로 몰아붙이는 비상식적 이념 규제를 27회나 집행하다 결국 전세 사는 2030세대의 비명을 부른 집값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폭등했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정권까지 빼앗겼다. 그러고도 국회에 남아있는 다수당 완력으로 똑같은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니 앞으로 민주당은 가진 것조차 다 빼앗기지 않겠나 싶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정책이나 경제학 족보에도 없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의 실패도 국민을 상대로 이념실험을 벌이다 낭패한 경우다. 정규직 시장이 비정규직의 강제 진입을 감당하지 못하자 실업자 수는 더 늘어났다. 문재인 정권에서 수출 주도나 반도체 견인 성장은 있었다. 그러나 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허구였다. 탈핵 이념에 빠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해 버린 무모함도 검수완박 패턴과 동일하다.

 

26세 박지현 위원장의 대담한 정치

26세의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박지현이 “검찰 개혁이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고 있다. 속도를 중시하다 방향을 잃은 것”이라고 했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그는 아직 기득권의 노예가 되지 않은 대담한 정치인이다. 박지현은 이념 때문에 속도전을 하다 민생을 놓친 운동권 정치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이런 명료한 진실을 외면하고 172명 소속 의원 전원이 검수완박 법안 발의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전체주의 정당으로 변질됐나 하는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현역 의원들은 박지현과 달리 특권과 공천에 목매는 슬픈 존재로 타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민주당이 이런 것일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안타깝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으로서 명예와 책임 따위는 다 팽개친 듯 행동하고 있다. 편법과 꼼수가 난무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무슨 일도 서슴지 않는 공작적 태도가 체질화됐다. 구경하는 사람까지 창피하고 부끄러워진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