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스케일링, 꼭 해야 할까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7 12: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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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칫솔질로 치석 생성 막는 게 우선

“개가 무슨 이를 닦아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반려동물도 치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수의사의 조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반응하는 보호자가 많았다. 이후 반려동물 치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면서 사람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칫솔질을 해주는 보호자가 늘어나고 있다. 처음부터 칫솔질을 꾸준히 해준다면 치석이 생기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지만, 이미 생긴 치석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람처럼 스케일링을 꼭 해줘야 하는 것일까? 

반려동물이 사료나 간식을 먹은 뒤 치아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방치하면 세균과 반응해 플라크(치태)가 되고, 침에 있는 미네랄 성분과 합쳐져 돌 같은 치석이 된다. 이렇게 생긴 치석은 인근 치아와 잇몸에 염증을 유발하고 입냄새의 원인이 된다. 또 통증으로 제대로 사료를 씹기 어려워 식욕이 줄어들 수 있다. 심한 경우 치아의 뿌리에 염증이 생겨 안구 아래쪽과 그 주변 피부에 농이 흘러나오는 치근단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 같으면 고민 없이 치과를 찾아 스케일링을 하면 그만이지만, 반려동물에게 스케일링은 그리 간단치 않다. 반려동물은 병원 진료 시 가만히 있지 않고 저항하기 때문에 보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입 주변이나 입안을 만지는 경우 더욱 예민해져 저항이 심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스케일링을 하면 구강 조직이 손상되고 구석구석에 낀 치석을 제거하기 어렵기에 반려동물의 스케일링은 필수적으로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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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충분한 검사·평가 필요 

전신마취가 필요하다는 부분이 사람과 반려동물 스케일링에 큰 차이점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마취가 가진 위험성 탓에 치석이 있다고 바로 스케일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사전에 충분한 검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고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으며 평소 질환 없이 컨디션이 좋다면, 기본 혈액검사를 통해 마취약을 배설하는 간과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것만으로 마취 후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노령견이나 비만 혹은 평소 기관지 협착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마취가 치명적일 수 있어 충분한 검사가 선행돼야 한다. 비만이나 기존 질환의 치료가 선행돼 어느 정도 교정된 후에 스케일링을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 

반려동물의 마취 사고는 지금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검사와 평가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마취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요즘에는 치석 제거용 껌이나 다양한 치석 제거 용품이 나오고 있지만, 꾸준한 칫솔질만이 치석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호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나이가 많은 노령동물이나 질환이 있는 경우 치석이 심한 상태라도 마취로 인해 사망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면 스케일링을 하는 것이 권장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수의사와 함께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반려동물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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