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검찰총장인가” 빨간불 켜진 윤석열 인사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3 10: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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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신뢰하면 누가 뭐라 해도 밀어붙이는 스타일”
“최측근에 의한 인사 검증, 尹 영향력 벗어날 수 있겠나” 지적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는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특히 5년의 임기를 이제 곧 시작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더욱 유효하다. 그런데 취임도 하기 전에 윤석열식 인사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을 구성할 라인업은 모두 발표된 상태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만 남았지만, 특정 학벌과 지역, 연령, 성별 편중 논란에 이어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새 정부의 산적한 과제들을 모두 풀려면 갈 길이 멀다. 노란불 경고등 앞에서 그냥 갈 것인가, 아니면 잠시 멈출 것인가, 윤석열 당선인도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육서영’ ‘전남친’으로 요약되는 윤석열 인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까지 발표한 새 정부 인사는 총 20명이다. 국무총리와 18개 부처 장관 그리고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윤 당선인의 인사는 크게 ‘육서영 전남친’으로 요약된다. 60대 나이에 서울대·영남 출신, 전 정권(이명박·박근혜) 인사, 남성, 친한 사적 인연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들 20명의 평균연령은 60.9세다. 60대 이상이 20명 중 12명이다. 최고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로 73세다. 가장 젊은 인사는 49세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그는 지금까지의 인선 중 유일한 50대 이하 인사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건 출신 학교다. 20명 중 서울대 출신이 11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그중에서도 윤 당선인과 같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 4명이다. 초대 내각에 특정 학교, 특정 학과 출신이 이렇게 몰린 것은 ‘역대급’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음으로 많은 건 고려대 출신으로 4명인데, 종합하면 20명 중 SKY 출신만 15명(75%)이 들어간 셈이다. 출신 지역으로 보면 영남이 7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 6명, 충청 4명, 호남 2명, 제주 1명 등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지난 정권에서 핵심으로 일했던 인사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한덕수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고, MB(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MB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을 지낸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환경비서관과 민정1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각각 일했던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후보자,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했던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통계청장과 문체부 2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및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는 모두 ‘MB맨’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주중대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가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대다수다. 20명 중 여성은 단 3명(15%)에 그쳤다.

당선인과 사적 인연이 있는 후보자들도 눈에 띈다. 한동훈 후보자는 검사 시절부터 그야말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으로 윤 당선인이 가장 신뢰하는 인사다. 두 사람은 사석에선 형, 동생 할 정도로 가깝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약 40년 전 서로 아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돼 계속 연을 이어왔다. 정 후보자는 3월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40년 한결같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상민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법대 4년 후배로 윤 당선인이 매우 편하게 대하는 직속 후배인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같은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영세 후보자 또한 대학 시절 형사법학회 활동을 같이 하고 연세대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도 함께 한 사이다.

윤 당선인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내각 인선에서 할당이나 안배는 고려되지 않았고, 능력이 가장 중시됐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인선 기준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유능함,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평가는 어떨까. 일부 긍정 평가도 나오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다수다. 심지어 보수진영 내에서도 박수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 후보자가 능력적으로 인정받는 분들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일했거나 나이가 많으신 분이 꽤 많다”며 “최근 우리 당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호평을 받는 것도 이준석 대표의 활약이나, 선거 과정에서의 청년 실무자들 역할이 컸다. 새 정부 인선에도 그러한 지점들이 대폭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언론인 출신이자 당선인 직속 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은 “윤 당선인이 자신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인식하는 데 있어 여전히 검찰총장 출신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과연 대통령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는지 걱정스럽다”고 혹평했다. 이 교장은 “실제 이번에 지명된 인사들이 유능한지에도 의구심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참신성이다. 40대, 50대 등 젊은 세대에서 인재를 찾아 한국 사회를 바꿔야 할 때”라며 “그런 노력들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무난하고 밋밋한 인사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뉴시스

정호영 논란 커지자 내부 기류에 변화 조짐

윤석열 당선인의 인선에서 능력만큼이나 크게 작용한 것은 ‘사적 인연’의 측면이 강하다는 관측이 있다. 서초동 안팎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윤 당선인이 검찰 간부 시절부터 지금의 캠프와 선대위, 인수위에서 보여온 인사들은 일관된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신뢰하는 인사이거나 신뢰하는 이들의 직접 추천을 받은 인사만 쓴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윤 당선인에게 신뢰라는 요소가 매우 주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한 측근 인사는 “사람을 바로 믿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믿으면 웬만해선 그 신뢰가 흔들리지 않는다. 인사에서 그러한 부분이 강하게 드러난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써야 하고, 일부 논란이 있어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끌고 가는 게 윤석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내각 인선에 다수 포함된 점도 이러한 인사 스타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지점이 또 다른 우려를 키운다. 단순 최측근이 아닌, 문재인 정부와도 정면으로 대척점에 섰던 인사인 한동훈 후보자 파격 지명은 충분히 파장이 컸고, 추후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과의 강대강 대치 상황을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고, 역풍 가능성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전 법무부 장관)처럼 윤 당선인의 한동훈(후보자) 역시 최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인사 논란에서 최대 관건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후보자 문제다.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는 정 후보자는 자신의 경북대 병원장 시절 자녀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해 특혜 혹은 입시 비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등 다수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정 후보자 의혹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낙마한 조국 전 장관 사태와 오버랩되기도 한다. 정치권에선 점점 정 후보자 의혹이 고조되며 그의 거취 문제가 윤 당선인 초대 내각 인선에 가장 큰 후폭풍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선이 쏠리는 건 윤석열 당선인의 결정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당선인 스타일을 봤을 때 끝까지 밀어붙일지 (낙마) 결단을 내릴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인사의 도덕성에서는 무엇보다도 중도층의 눈높이에서 허용되느냐 안 되느냐가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한다”며 두둔했다. 그러나 현재는 국민의힘과 인수위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꽤 나오는 가운데 윤 당선인도 결과를 열어놓고 청문회까지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에겐 법적인 판단이 매우 중시된다. 정 후보자의 경우 아직 정확하게 위법 사항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워딩이 나갔던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눈높이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청문회까지 지켜보고 나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게 현재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국민 눈높이 따른 정무적 검증 필요했다”

정호영 후보자뿐 아니라 장관 후보자 대다수에 대한 크고 작은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당선인 측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 인사검증팀은 윤 당선인의 검찰 시절 또 다른 최측근인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주도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1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통의동과 삼청동이 아닌 제3의 장소에 별도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검증팀을 향해 후보자들의 농지법 위반 의혹 등 재산 사항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 검증조차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정무적인 검증의 인식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과거 보수정부에서 인사 검증을 했던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주 전 검사가 이끄는 인사검증팀에는 여의도 출신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로 인해 정무적인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위법 사항을 가려내는 건 기본이고, 국민 눈높이에서 더 치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또 주 전 검사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특정 인사를 쓰고 싶은 당선인의 마음이 검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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