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동성 군인간 성관계 처벌 불가”…대법원, 판례 변경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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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2명 “현행 군형법, 동성 군인간 성관계 처벌 규정한 것” 반대 의견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영외, 근무시간 외 동성 군인간 성관계 처벌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영외, 근무시간 외 동성 군인간 성관계 처벌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무시간 외 사적 공간에서 상호 합의 아래 이뤄진 남성 군인 간의 성관계를 군형법으로 처벌해선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동성 군인끼리의 성행위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종전까지의 판례를 뒤집은 셈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군 간부 A 중위와 B 상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중위와 B 상사는 지난 2016년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 영외의 독신자 숙소에서 서로 합의하에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96조의6(추행) 조항에 따라 기소됐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과 2심 고등군사법원 모두 A 중위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B 상사에겐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군형법 96조의6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 등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 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법원은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추행)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처럼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군형법)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장소 등에 관한 제한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다수 의견은 현행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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