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당은 ‘내로남불’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2 11: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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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바라보는 민주당의 세 가지 문제점
“어느 순간부터 당에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국민이 기대했던 민생과 개혁에서는 보잘것없는 실력을 보였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특히 현 정부와 민주당이 지난 5년간 보인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했다.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분명한 성찰과 그에 따른 쇄신이 필요하며, 윤석열 정부와 협조할 것은 협조하며 책임감 있게 국정을 끌고 나간다는 혁명적 노력과 변화의 모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문재인 정부의 5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국정운영에선 평균 이상의 성과를 냈다. 꾸준한 경제성장과 코로나19 대응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잘했다고 본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비해 손색없는 국정운영을 했다. 이런 점은 평가해야 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권력의 측면에서 헌정 이래 가장 성공한 정부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이만큼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했다. 막강한 권력 지형을 이뤄냈다. 즉 개혁을 해낼 수 있는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촛불민심이란 압도적 지지도 있었다. 반대세력은 탄핵으로 궤멸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데 국민이 기대했던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두 가지 역사적 과제가 있었다. 민생 문제, 특히 불평등 해결은 시급한 과제였다. 두 번째는 한국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드는 과제였다. 문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라는 슬로건이 바로 이 점을 잘 포착했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을 연설로 들으면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이후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명확한 개혁의 비전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불평등이 완화됐나. 경제민주화는 실종되지 않았나. 평등과 공정, 정의의 문제는 어땠나. 정치 개혁은 역주행만 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성비위 문제에도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냈다. 이렇게 보면 국정운영은 평균적이었지만 국민이 기대했던 개혁에서는 보잘것없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원인 진단도 필요하다. 왜 이랬을까.

“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가 ‘낭만적 이상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슬로건이나 목표는 훌륭하다. 그런데 현실에는 눈을 감는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실력이 부족한 거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현실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는 상당하다. 전문가 조언을 듣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짜고, 예상 가능한 문제를 파악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상적으로만 접근했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당위적으로 흑백을 나눴다.”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집권세력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많이 훼손됐다. 자신의 허물에 대한 반성은 생략하고 늘 반대 세력 탓을 했다. 결국 ‘내로남불’이란 말로 규정됐다. 제가 볼 때는 ‘내로남불’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과거 정부들은 잘못과 허물이 드러나면, 설령 마음속으로는 안 뉘우칠지언정 겉으로는 국민에게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현 정부는 흑을 백이라고 우겨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민주 진보진영이 보수진영보다 더 도덕적이고 정의롭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도덕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리려 했다. 이런 모습들은 저를 포함해 민주 진보진영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던 이들에게 엄청난 도덕적 상실감을 줬다.”

다른 이유가 더 있나.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에 극히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절대 옳고 합리적 토론은 거부한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상대를 악마화한다. 여기에 언어폭력과 문자폭탄을 퍼붓는다. 저는 이를 ‘편집증 성향 강경 세력의 주류화’라고 표현한다. 이런 행태들이 반복되면서 개혁의 대의가 정파의 패권 유지 수단 차원으로 오해되고 말았다.”

앞으로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당의 쇄신은 3주일짜리’라는 말이 있다. 선거에서 지기만 하면 쇄신을 외치는데 3주일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상복귀’한다는 한탄이다. 민심의 부름과 개혁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정말 쇄신을 해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평가가 있어야 한다. 왜 대선에서 졌는지, 왜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잃었는지, 왜 민주당 정부의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는지 등에 대한 반성이 정확하게 있어야 한다. 왜 172명의 기라성 같은 의원이 편집증 강경 세력에게 끌려갔는지에 대한 반성도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 평가도 당 안팎에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이런 자리가 됐어야 했다. 쇄신, 반성과 함께 앞으로 나갈 비전이 제시됐어야 했는데 종교 지도자를 뽑는 밀실의 방식으로 해버렸다.”

또 무엇이 필요한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지만 민주당도 국가비전을 내놓지 못했다. 불평등, 경제민주화, 인구절벽 등의 문제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게 현실이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한국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1차 기한은 다음 총선 때까지다. 국정운영에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민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 지금 민주당은 단순한 야당이 아니다. 야당으로서 건강한 견제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책임감 있게 국정을 끌고 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혁명적 변화와 노력이 있어야만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다.”

이재명 고문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

“아쉽게 패배했다.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정권과 당 차원의 책임이 크다. 이 고문이 상당 기간 동안 재충전을 하고, 새로운 국가적 비전도 만들어서 보다 큰 역량으로 우리의 미래 발전을 위해 좀 더 크게 쓰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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