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에 속 타는 자영업자들 “코로나로 불난 데 부채질하나”
  • 이호 프랜차이즈월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3 07:3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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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품 사용 금지 이어 컵 보증금제 시행 임박

모든 업소의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4월1일부터 시행됐다. 정부가 단속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법 시행을 둘러싼 우려와 논란은 잠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벌써부터 적지 않게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6월이 되면 가맹점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여파를 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4월 시행된 자원재활용법은 그동안 규제에서 제외됐던 식품접객업소가 새로 포함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1회용 컵 사용 금지 법률을 시행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020년 2월 식품접객업소를 한시적으로 사용 금지 예외사항에 넣었다.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4월1일부터 다시 금지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연합뉴스

“비용 부담 큰데 꼭 지금 해야 했나”

하지만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되자마자 갑작스럽게 이들 업소도 예외사항에서 제외됐다. 일반음식점뿐 아니라 휴게음식점, PC방, 심지어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규제 내용도 1회용 플라스틱컵부터 일회용 접시·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 비닐식탁보 등으로 광범위하다. 오는 11월24일부터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으로 업종이 확대되고, 대상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로까지 늘어난다. 사실상 매장에서 쓰이는 모든 1회용품이 금지되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수요가 여전히 높고, 경영환경도 나쁜 만큼 제도 부활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1회용품 사용이 절대적인 카페 등 휴게음식업종의 경우 우려가 더하다. 2018년 관련법 시행 당시 나타난 부작용들이 재연될 것을 우선 지적한다. 당시 머그컵 구입과 세척, 관리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 1회용 컵을 원하는 소비자들과의 분쟁 등으로 커피 가맹점 업계에서 큰 혼란이 발생한 바 있다. 한 자영업자는 “카페 업계는 현재 시장 과포화와 원두 가격 급등, 플랫폼 수수료 등이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머그컵 비용과 과태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집합금지가 풀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때 규제를 재개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제도 시행을 유예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왔다. 정부도 지난 3월말 전격적으로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시행 유예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는 6월10일 14년 만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업계에 더 큰 골칫거리다. 제도 준수를 위해 다양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업계나 소비자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상이 가맹점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업소로 한정되면서 역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1회용 컵 이용 시 1개당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됐지만 낮은 회수율 등으로 폐지됐다가 올해 재시행이 결정됐다.

정부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회수율 제고를 위해 컵 회수처를 모든 대상 업소 및 지역 내 회수센터로 확대했다. 매장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컵을 반납하게 하기 위해서다. 보증금 반환 절차 역시 바코드 인식을 통한 전산화로 간소화했다. 인식도 제고를 위한 표준 용기 지정, 라벨 통일도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대다수 카페 브랜드와 함께 1회용 컵을 사용할 수 있는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빙수, 기타 음료 판매 브랜드 총 105개 업체 3만8000여 개 매장을 대상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회수율 제고 방안들이 결국 자영업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 부담이다. 이번 제도로 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협회가 정부와 국회, 인수위 등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보증금 추가 결제비용에 따른 카드 수수료만도 연간 250억원에 달한다. 이 수수료는 모두 가맹점이 부담하게 된다. 또 바코드 인식을 위해 본사는 라벨을 구매해야 하고, 보증금 정산 및 관리를 위한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컵 구매 시 1개당 표준용기 4원, 비표준용기 10원을 처리지원금 명목으로 부담해야 하며, 수거업체와의 계약비용까지 별도로 지출해야 한다. 운영상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추가·반납으로 인한 가격 인상 실랑이는 물론이고, 타 브랜드 컵까지 받아줘야 하는 탓에 매장 내 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협소한 매장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상태에 따라 세척·관리에도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식품접객업소 특성상 다량의 컵 보관 시 여름철 위생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카페 업계 추가 비용만 수백억원대

특히 처리지원금 차등화로 사실상 표준용기 사용이 강제되면서, 대용량·저가형 커피 등 일부 브랜드는 핵심전략인 컵 사이즈·디자인 획일화에 따른 타격도 예상된다. 협회에 따르면 보증금제 대상인 주요 대용량·저가형 커피·음료 브랜드의 매장 수는 1만여 개에 달한다. 대다수 매장이 중소형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며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역차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관계자는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손실보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제도 철회가 어렵다면 먼저 시행을 유예하고 계도와 지원, 인센티브 제공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방적으로 중소 가맹본부들과 영세 가맹점들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 너무 많아 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카드 수수료나 처리지원금, 라벨 구매비용 등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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