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시진핑 3연임’에만 맞춰진 중국 시계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30 14: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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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용 ‘제로 코로나’ 위한 도시 봉쇄 무리수로 시민들 폭발 직전
불만 목소리 담은 ‘4월의 소리’는 조회 수 5억 회 돌파

4월23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대형마트 곳곳에서 일부 시민이 식료품과 생필품을 대거 사들였다. 이들의 움직임은 마트를 찾은 다른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라 몇몇 마트에서는 사재기 광풍이 불어 상품 대부분이 동났다. 이날 일부 시민이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차오양구 당국의 발표 때문이었다. 차오양구는 전날 한 중학교에서 10명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해당 학교를 일주일간 폐쇄하고, 구내 전체 학교에서 한 주에 3차례 PCR검사를 하도록 조치했다.

마침 당일에 베이징 전역에서 23명의 신규 확진자까지 나왔다. 여기에 전날 공개된 한 동영상이 베이징 시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바로 ‘4월의 소리(四月之聲)’다. ‘4월의 소리’는 6분 길이로 3월15일 상하이시 당국자의 기자회견부터 4월18일까지 방역으로 인해 상하이 시민들이 겪은 일상 속 고통과 불만을 통화·대화 등 육성으로 구성했다. 중국 SNS에 업로드된 뒤 5시간 만에 30만 회의 공유와 30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이 곧바로 검열을 통해 삭제했지만, 중국인들이 오히려 공유에 대거 동참하면서 24일 새벽에 조회 수 5억 회를 넘어섰다.

ⓒAP 연합
4월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지역 봉쇄를 우려해 생필품을 잔뜩 사들이고 있다.ⓒAP 연합

수도 베이징에도 불어닥친 ‘봉쇄’ 공포

4월24일에는 사재기 열풍이 차츰 베이징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추가 감염자가 19명 나온 데다 확진자가 다양하고 이들의 활동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에서는 베이징도 상하이처럼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5일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차오양구 당국이 구내 일부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지역으로 정하고, 해당 지역 주민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임시 관리·통제지역의 모든 식당·상점·유흥업소 등이 문을 닫았다. 차오양구는 인구가 345만 명으로 베이징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GDP 규모도 1위다.

이런 차오양구가 사실상 봉쇄되자, 그 충격파가 베이징 전역과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다. 먼저 베이징의 마트·상점 등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입구부터 줄을 길게 선 시민들은 마트에 입장한 뒤에는 판매대를 휩쓸면서 물건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봉쇄에 오랫동안 대비할 수 있는 식료품과 생필품이면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차오양구 곳곳에 마련된 PCR검사소에도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당일 아침 차오양구 당국이 학생뿐만 아니라 주민 모두에게 PCR검사를 받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충격의 강도가 가장 컸던 곳은 경기의 선행지표를 보여주는 주식시장이었다. 4월25일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종합지수는 개장하자마자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외화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시장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무색하게 하듯 26일에도 주식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렇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된 데는 베이징 전체 봉쇄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26일 베이징 당국은 PCR검사의 대상 지역을 차오양구에서 12개 구로 확대했다. 이는 베이징 인구의 90%인 2188만 명이 사는 면적으로, 사실상 모든 베이징 시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셈이다. 상하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 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조용히 전파됐을 가능성이 커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 따라서 베이징의 전체 봉쇄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을 불안케 하는 것은 중국 당국이 도시 봉쇄를 앞세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4월 하순 중국에서 부분 혹은 전면 봉쇄에 들어간 도시는 40여 개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26%, GDP의 40%에 육박한다. 상하이는 봉쇄 한 달째를 맞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여전히 1만5000명에서 2만 명을 오가고 있다. 상하이는 ICT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한다. 양산항은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이고, 푸둥공항은 중국 대외 항공화물의 절반을 처리한다.

ⓒ웨이보 캡처
중국인들에게 상하이 봉쇄의 실상을 고스란히 전한 ‘4월의 소리’ⓒ웨이보 캡처

시민들 불만 아랑곳없이 도시 봉쇄 계속

이처럼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도시가 봉쇄에 들어갔으니 경제적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있다. 시 주석은 4월13일 하이난다오를 시찰하면서 제로 코로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엄중하다”며 “외부 유입 방지와 내부 감염 재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상하이 봉쇄가 2주를 넘어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역 최우선을 천명한 것이다. 그의 발언 이후 중국 당국은 관영 매체들을 앞세워 연일 제로 코로나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처럼 시 주석이 방역에 목을 매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미흡한 대응에서 비롯된 비난 때문이다. 2020년 1월 우한이 봉쇄에 들어가고, 2월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을 때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방역의 일선 현장은 리커창 총리가 진두지휘했다.

리 총리는 2020년 1월27일 우한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은 지역 확산이 진정된 3월10일에야 우한을 찾았다. 이 시기 두 최고지도자의 상반된 행보는 아직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런데 그 뒤 방역 성과는 시 주석이 독차지했다. 관영 매체들이 앞장서서 시 주석의 치적으로 포장했다. 오는 10월말 개최될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실적 쌓기용으로 볼 수 있는 행태였다. 20차 당대회에서는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다. 3연임을 위해서는 뚜렷한 성과가 필요하다. 코로나19 극복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치적이다.

2021년 경제성장률은 8.1%를 달성했다. 지난 2월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각종 성과를 앞세워 3연임의 명분을 축적해 왔다. 그런데 오미크론이 시 주석의 발목을 잡았다. 오미크론의 강한 확산력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4%로 내렸다. 이는 중국의 목표치인 5.5%보다 훨씬 낮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는 제로 코로나를 우려하며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개최 연기설이 나오고 있다. 방역으로 쌓아올린 시 주석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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