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에서 ‘검수완박 공범’으로…코너 몰린 권성동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8 15: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의→번복→투쟁’ 오락가락 權 행보에 당내서도 비판
진중권 “자살골 넣은 셈” 김태년 “원내대표 사퇴해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휘청’이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중재안을 받아든 게 자충수였다. 권 원내대표가 합의를 번복하고 다시금 당의 투쟁대오를 이끌고 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권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검수완박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에서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삭제키로 했다. 부패와 경제 수사권만 남긴 것이다. 직후 검찰과 당 일각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주장을 폈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은) 일선 검사들은 잘 된 합의안이다, 본인들이 만족하는 합의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직접 수사권보다는 보완 수사권이다. 그래서 송치사건에 대해 직접수사를 하고 경찰에 수사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보완 수사요구권이 그대로 다 남아있기 때문에 검사로서 업무 수행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3일 뒤 입장을 번복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수뇌부가 중재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권 원내대표는 25일 ‘검수완박’ 중재안을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제외된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 지적이 많이 있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틀 뒤에는 ‘검수완박’ 중재안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 국민의힘이 27일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한 가운데, 첫 번째 주자로 권 원내대표가 나선 것이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6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권성동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6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강원랜드 수사’ 영향 미쳤나…당내서도 비판

권 원내대표가 합의를 깨고 투쟁을 이끌고 있지만, 당내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하는 바람에 투쟁 동력이 일부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괜한 짓을 했다. 당의 중의(衆意)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중재안 합의가) 장수가 적진 복판에서 갑옷을 벗은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정치권 일각에는 권 원내대표가 사감(私感)을 앞세워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다.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권 원내대표가 검찰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강원랜드 교육생 공개 선발 과정에서 인사팀 등에 압력을 넣어 의원실 인턴 비서 등 11명을 부정 채용하게 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지난 2월17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이 혐의를 정확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것(강원랜드 수사)이 개인적인 하나의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중심으로 놓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개인적인 경험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공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7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가 (강원랜드 수사 이후) ‘나는 검찰 수사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하며) 희대의 ‘자살골’을 넣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의 김태년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 당사자인데 의원총회 추인까지 받았으면서 당 밖 사람들한테 휘둘려 합의 파기까지 했으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어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는) 사퇴까지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