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과 ‘明心’의 위력, 본선에서도 발휘될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9 14: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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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김은혜, 최대 격전지 경기에서 윤석열·이재명 후광 업고 경선 승리
6·1 지방 선거에선 ‘엠여중’ 민심 잡아야

월10일부터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다. 같은 날 정오에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개방되는 역사적인 이벤트까지 예정되어 있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고 20여 일 만에 정치적인 평가의 장이 마련된다. 바로 제8회 지방선거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실시되는 선거라 윤 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달라진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고, 패한다면 국정운영은 더욱 험난해진다.

대선 이후 신구 권력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보통은 대선 결과가 나오고 나면 승자의 세상이 열리고 패자는 침묵 모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 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른바 ‘유지태’ 현상이다. 선거가 끝났더라도 대선 결과 여파가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선 결과의 승복 여부를 떠나 한 치 앞도 양보할 수 없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마지막은 ‘태’도에 달려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롯해 청와대 개방 일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이르기까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 구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과 이재명 두 사람의 지지율이 호각지세였다면, 대선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과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수행 긍정 기대감이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일종의 대립 국면이다.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2라운드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월25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여성·중도층은 김동연, 20대는 김은혜

먼저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감으로 보는 지방선거 민심은 어떤 방향일까. ‘국정 안정과 정권 견제의 치열한 경쟁’으로 나타난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체력은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한 배경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던 덕분이었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남북한 화해모드는 같은 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면서 극적인 드라마로 연출되었다.

지방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정치 이벤트는 지방선거일 전날 마련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그 시점의 대통령 지지율은 거의 70%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이었다. 후보자의 이름도 모르고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는 유권자가 많았던 이유다. 후보자를 보고 투표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지지율을 보고 투표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지지율로 볼 수 있는 국정수행 기대감은 어떤 상황일까.

리얼미터가 자체조사로 4월18~22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향후 국정수행을 잘할지 아니면 잘못할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잘할 것’이라는 긍정 전망은 49.8%, 부정 전망은 44.8%로 나타났다. 역대 당선인들의 국정수행 기대감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대결 구도인 정치판을 생각한다면 부정보다는 그래도 긍정 전망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이렇게 반반씩 쪼개지는 가장 큰 이유는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대결 구도, 지방선거와 연결한다면 윤 당선인과 이재명 고문의 대선 연장전 성격이 고스란히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빙 승부에서 승패에 가장 중요한 ‘엠여중(엠지세대·여성·중도층)’ 표심은 다르다. 윤 당선인에 대한 긍정 전망이 전체적으로는 더 높지만, 20대(만 18세 이상)와 중도층에선 부정 전망이 더 많다(그림①). 대선 당시처럼 여전히 중간지대 유권자층이 ‘윤심’과 ‘명심’이 대립할 때 승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유권자층이다.

‘윤심’과 ‘명심’이 가장 치열하게 부딪치는 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이번 대선의 핫플레이스인 경기도다. 경기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판가름이 났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양김 대결로 대진표가 꾸려졌다. 사실상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고문의 대리전 양상이다. 당에 연고가 없었던 김동연 후보가 경선 1차전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한 배경은 바로 ‘명심’으로 풀이된다. 대선후보 거물급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다시 한번 고배를 안겼던 김은혜 후보의 승리 원동력은 ‘윤심’으로 해석된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의 의뢰를 받아 4월23~24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가상대결로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가 맞붙는다면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김동연을 선택한 비율은 48.8%, 김은혜는 41%로 나타났다. 김동연이 50% 가까운 지지율을 얻은 결과는 바로 직전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고문의 ‘명심’이 투영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선거 역시 전체 결과와 달리 20대는 김은혜, 여성과 중도층은 김동연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②).

중도층은 오세훈 우세, 여성·20대는 ‘팽팽’

경기도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서울 역시 ‘윤심’과 ‘명심’의 대결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를 받아 4월22~2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가상대결로 오세훈과 송영길이 맞붙는다면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가상대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49.7%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36.9%로 40%에 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와 여성 그리고 중도층에서는 다소 판도가 달랐다. 송영길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의 대결에서 20대와 여성에선 팽팽한 결과였고, 중도층에선 오 시장이 크게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그림③). 지난 대선 결과의 영향으로 경기도는 민주당, 서울은 국민의힘이 초반 판세에서 더 경쟁력 있는 모습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는 미생물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지지율 판세는 더욱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윤석열 당선인의 ‘윤심’과 이재명 고문의 ‘명심’이 불꽃 튀며 충돌할 장소다.

그렇다고 ‘윤심’과 ‘명심’만으로 승패가 좌우되지는 않는다. 서울과 경기 모두 후보의 전체 지지율과 중간지대 유권자층인 ‘엠여중’의 판세가 달랐다. 당내 경선 승리의 중요한 후광 효과(Halo Effect)를 내뿜게 되는 ‘윤심’과 ‘명심’ 대결의 성적표는 이제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누군가의 지원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만, 후보자의 자체 경쟁력이 없으면 ‘윤심’과 ‘명심’만으로 당선되지는 못한다. ‘윤심’과 ‘명심’보다 ‘엠여중’(엠지세대, 여성, 중도층) 표심을 더 잡아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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