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팽 당하고 국힘에는 금의환향? 안철수의 ‘투트랙’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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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안철수 분당갑 출마설…차기 당 대표 수순 밟나

대통령실 수석 인선까지 마무리 된 윤석열 당선인의 내각에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부터 청와대 수석 지명에까지 안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으면서다. 정치권에선 “안철수 패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태다.

다만 안 위원장은 동시에 국민의힘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분위기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에 안 위원장을 차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다. 안 위원장이 분당갑 수성에 성공하면 차기 진로는 당 대표로 굳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尹 내각에 없는 安사람들…‘패싱 논란’ 어쩌나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윤 당선인의 첫 대통령실 인선에서 과학교육수석 자리가 빠진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교육수석은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에게 직접 신설을 건의한 자리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조직은 제 권한 밖”이라면서도 “미래 먹기를 찾고 인재를 키우는 일을 위해 가장 큰 상징 중 하나가 과학교육수석이라는 점을 윤 당선인에게 말씀드렸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의 공개 추천에도 불구하고 과학교육수석 자리가 최종 배제되면서, 정치권에선 ‘안철수 패싱’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해당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당시에도 안 위원장 측 추천 인사들이 모두 배제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때문에 단일화 조건으로 공동정부를 약속한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으로부터 “팽 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과는 합당 이후 완벽한 ‘원 팀’을 이뤘다”는 입장이다. 양당 간 합당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데 있어 안 위원장을 패싱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과학교육수석 자리 배제 논란과 관련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더 겸손한 대통령실을 꾸미기 위해 (인원을) 늘리고 줄일 수 있다. 과학교육 수석을 따로 만들 시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4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4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왼)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의원’으로 차기 당 대표 노리나

대신 윤 당선인 측은 안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설을 띄우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가 전날 안 위원장을 만나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급 거물인사인 안 위원장의 가세로 경기도 판세를 선점한다는 구상과 함께, 정치권에서 재차 불거지는 ‘안철수 패싱’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안 위원장도 지난달 29일 “(보궐선거 출마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지금은 출마가 아니라 인수위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을 아꼈다. 분당갑에 출마한 이후 낙선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재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안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는 기정사실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고사하면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던 만큼, 당에 금의환향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궐선거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분당갑에는 국민의힘 측에서 박민식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김병관 전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상대적으로 안 위원장이 인지도가 높아, 안 위원장의 수성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합당 기자회견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합당 기자회견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위원장이 보궐선거를 차기 당 대표 도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대표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안철수 전 대표’보다는 ‘안철수 의원’이 낫다는 분석이다. 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식 임기는 오는 23년 6월까지다. 이변이 없다면, 차기 당 대표 선거는 6‧1 보궐선거 이후 1년 뒤에 치러질 예정이다. 안 위원장의 직책은 오는 10일 윤석열 신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전 대표’로 바뀌게 된다.

한편 안 위원장이 출마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박민식 전 의원과 경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의원은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특보를 맡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꽃길을 펼쳐드리긴 힘들다”며 경선 원칙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윤상현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은 “나중에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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