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밀어붙인 민주당, 다음 타깃은 한동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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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反검수완박’ 발언에 분노한 민주…청문회에서 ‘송곳 검증’ 예고

“검찰개혁은 이제 첫 삽을 뜬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국무회의에 상정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검찰공화국’을 벗어나려면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한동훈씨가 오른 것을 보라”며 “그간의 검찰 행태를 볼 때 윤석열 정부에서의 검찰 힘은 더 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주당 내에는 아직 긴장감이 흐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권력을 잡게 되면 검찰개혁안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에 민주당은 오는 청문회에서 대표적인 ‘반(反) 검수완박’ 인사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후보자를 향한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월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월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거친 입’에 약 올라있는 민주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삼가는 모양새다. 전(前) 검찰총장으로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한 후보자는 입각 전부터 ‘검수완박’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난달 13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단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면서는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한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과도 ‘간접 설전’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한 후보자를 향해 “(‘검수완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굉장히 위험한 표현”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다음날 26일 취재진과 만나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며 “범죄 대응 시스템이 붕괴해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 국민 상대 공청회 한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관이 될 시 ‘양심’을 걸고 ‘검수완박’에 맞서겠다는 포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한 후보자가 연일 ‘검수완박’을 비판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안티 한동훈’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심지어 ‘검수완박’에 우려를 표했던 민주당 일부 의원들조차 한 후보자의 발언을 문제삼고 나섰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상대당(민주당)에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청문회를 앞두고 굳이 그걸(‘검수완박’) 갖다 증폭시키는 이유는 뭘까”라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한동훈, 불꽃튀는 공방전 예고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오른다면 ‘검수완박’을 무력화할 ‘꼼수’를 찾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한 후보자 청문회에 화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잇따른 정치적 발언을 문제 삼아 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를 겨냥해 “삼권분립 체제 국가에서 국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는 이 법을 집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 않나. 그런데 정부의 내각의 일원이 되겠다고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 합의에 대해서 저지해야 된다고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에 한 발언이 민주주의 질서를 인정하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분은 절대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후보자의 ‘낙마’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은 국회의원 동의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임명 여부와 관계없이 청문회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민낯’을 국민 앞에 드러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후보자의 아내를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과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적법성 여부, 정치적 편향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에게 (‘검수완박’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한 후보자는 분명 쉽지 않은 상대다.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얼마나 한 후보자를 몰아붙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 후보자의 ‘몸값’만 높아질 수 있다. ‘제2 윤석열’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늘 4일 열린다. 같은 날 이종섭 국방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도 인사청문 검증대에 오른다. 국민의힘은 무분별한 흠집내기와 망신주기식 청문회를 철저히 막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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