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반으로 번지는 우리은행 600억 횡령 사건 후폭풍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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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금감원·금융위까지 불똥 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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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00억원대 횡령 사건의 후폭풍이 금융권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 전아무개씨는 2012년부터 2018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614억5214만원(잠정)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앞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할 계약보증금 등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우리은행은 기관 및 임원 제제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내부통제 및 관리 책임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시행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제재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안진회계법인도 금융감독원 감리 대상이 됐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은행의 외부 회계감사를 맡으면서 600억원대 횡령 사실을 적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이 기간 우리은행에 ‘적정’ 감사 의견을, 내부회계관리제도에는 ‘합격점’을 줬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향후 감사조서를 통해 안진회계법인의 과실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이 기록된 감사조서는 감사의뢰인이 보유하는 기록과 감사인이 작성하는 감사보고서를 연결해 양자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금감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횡령이 벌어진 기간 동안 11차례에 걸친 종합 및 부문 검사를 벌였음에도 횡령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부동산개발금융(PF 대출)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초래,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감원의 검사 ‘무용론’마저 제기됐다. 그러자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을 적발하지 못한 이유와 검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불똥은 금융위원회에도 튀었다. 금융위는 이란의 엔텍합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지급했던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투자자·국가 중재신청(ISD)과 관련한 실무를 맡았다. 전씨는 금융위의 주도 아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과 ISD소송 전반에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금융위와 채권단의 결정이라며 서류를 조작하고 우리은행에 보관된 자금을 횡령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횡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2015년 12월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관련 업무를 잘 처리했다는 이유로 전씨에게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했다. 그해 9월 전씨가 신탁 예치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서류를 꾸며 148억원을 인출한 직후다.

금융위는 또 2018년 전씨가 일선 지점으로 발령나자 그를 기존 업무에 복귀시키라고 우리은행에 종용키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발령 직전 마지막 남은 293억원을 모두 인출하고 해당 계좌를 해지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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