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리더 없으니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기만”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7 14:00
  • 호수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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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금태섭 전 의원이 짚는 민주당의 고질병
“민주당, 성폭력 문제조차 자기들끼리 감싼다”
“윤 대통령, 文 정부 정책에 법적 잣대 들이대는 건 퇴행”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문제에 대처할 때가 그렇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사과의 진정성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은 어떻게 담보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순간, 정당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특히 성폭력 사건 때 그렇다. 

최근 민주당에선 잊을 만하면 권력형 성추문이 터진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보다 우리 편을 우선하는 모습은 많은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문제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빤한 소리보다는 쓴소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5월24일 금태섭 전 의원을 찾았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뿐만 아니라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안 등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내부 총질을 한다며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등에 시달리면서도 소신을 잃지 않았다. 민주당 탈당 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도왔지만 입당은 하지 않았다.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민주당 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시작(2018년 3월)으로 오거돈 부산시장(2020년 4월), 박원순 서울시장(2020년 7월)의 성범죄가 차례로 밝혀졌다. 안 지사는 당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다. 박 시장은 대선주자 위상도 위상이지만 시민사회에서 상당히 존경받았던 분이다. 민주당을 시험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한 셈인데, 민주당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와 노력은 보이지 않고 사건을 쫓아만 갔다.”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나.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희정 사건이 터지고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언론에서 이와 관련해 어떻게 당에서 메시지가 한마디도 안 나오느냐는 비판이 있었다. 당시 제가 한겨레신문에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합리적이라 평가받는 민주당 인사들까지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더라. 우리 편을 우선하는 태도도 문제다. 박원순 사건이 터지니 여성 의원들마저 피해자라는 말을 쓰지 못했다.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논리인데, 그건 민주당 내부 사정이다. 정당은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는 거니까 일반 상식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민주당이 피해자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는데.

“당황스러웠던 게 당시 김어준씨가 음모론을 갖고 공격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여성운동을 하시다가 국회의원이 되신 분들은 성명이라도 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이번에 최강욱 의원 사건 같은 경우가 전형적이다. 본인이 부인하다가 나중에 애매하게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주변 지지자들이 최 의원은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를 공격해도,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잘못된 일이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 이런 일은 민주당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하라고 해서 조국 전 장관도 사과를 했다. 이것도 최 의원과 똑같다. 조 전 장관은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문서 위조는 인정을 안 했다. 최 의원이 그렇듯 반만 인정하고 사과도 반만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관련해서 박 위원장이 사과를 했다. 그런데 바로 김용민 의원이 ‘사과로는 선거 못 이긴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정치행위를 하는 게 전략적으로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성폭력 문제조차 이렇게 대처하고 있다.”

과거에는 ‘86세대’가 주류 세력인 민주 정당이 좀 더 도덕적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최근 이런 믿음이 무너지고 있는 건 왜일까. 

“이들이 점차 이익집단으로 변한 것 같다. 민주당에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셨던 분이 많은데, 이분들은 당시 형성된 신뢰가 있다. 어려운 시절을 같이했다는 동지의식이 있어 누군가 잘못을 저질러도 이를 감싸는 모습을 보인다. 그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그 사람을 공격한다. 아니면 지지자들의 공격을 방관한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정치인도 결국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한다. 동료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래선 안 된다’ 반성했다고 두들겨 맞는다면 누가 나서겠나. 잘못을 비판하는데 내부 총질한다고 공격을 당한다. 이럴 때는 당의 리더가 나서서 정리해 주는 게 중요한데 오히려 반대 모습이 나타난다. 그래서 다들 가만히 있는 거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 

“‘처럼회’가 지금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된 과정을 보자. 당은 이분들이 당을 위한 인재라는 신호를 줬다. 조국 수호 집회에 나갔던 이들이 당에서 인정을 받고 실제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우선적으로 받았다. 이런 모습을 다른 정치인들이 따라갔다. 의원 개개인 입장에서는 이런 행동은 합리적이다. 총선 투표율이 보통 50%가 좀 넘는다. 그 과반을 차지하면 당선이다. 즉 25%의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면 이긴다. 문제는 의원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 당의 전체적인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이런 행동들의 반복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거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그래서 진 거다. 당의 승리가 아니라 재선이 우선인 의원들이 이런 행동을 못 하게 하고, 당을 제대로 끌고 갈 리더가 필요한데 지금 민주당에는 그런 리더가 없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모두 86세대인데, 지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에 리더가 없다’는 진단이 중요해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정치인은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 가라고 했다. 그걸 많은 사람이 민심과 보조를 맞추라고 해석하는데, 저는 반보라도 정치인이 앞서 가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싶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조직의 리더가 멀리 보면서 당장 손실이 있어도 ‘우리가 욕을 먹더라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정리를 해줘야 한다. 최근 민주당에선 한 번도 그게 없었다. 처럼회는 영향력은 있지만 리더라고 보기 어렵다. 팔로워다. 여론지형을 보면서 유리하다 싶으면 따라간다. 조국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지휘부에선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 번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도 전부 따라갔다.”

왜 그런 리더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까.

“제가 민주당에 있을 때 이해찬 대표가 계시다가 이어 이낙연 대표가 들어섰다. 그리고 제가 탈당했는데, 당시 두 대표는 ‘김어준씨가 말하는 방향이 민주당이 가는 방향과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잦은 성추문으로 ‘성누리당’으로 불리기도 했다. 자정능력이 향상됐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과거 문제를 많이 겪으면서 조심하는 모습이다. 워낙 이런 문제들로 국민적 인식이 안 좋다 보니 잘못을 저지르면 ‘변명할 새도 없이 바로 망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우리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니 ‘조금 잘못해도 이해받지 않을까’라는 인식이 잠재적으로 있다. 그리고 민주당엔 ‘성폭력이나 돈 문제 등에 있어 국민의힘이 훨씬 더하지 않나’ ‘우리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잠재의식이 있다. 그러니 반성을 안 한다.”

금태섭 당시 민주당 의원이 2019년 10월17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질문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 출신으로 검찰 개혁 전문가다.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추진은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에 과거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든 현재의 검수완박이든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구호가 중요하다. 구호로 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검수완박 최종 법안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 사실 공수처 때도 그랬고, 부동산 임대차 3법 때도 비슷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세 가격이 오히려 올라 집값이 뛴다는 지적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법안에 찬성하면 좋은 사람, 반대하면 나쁜 사람인 거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이점이 있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토론하고 대안을 만들고 하는 게 아니라 법안에 찬성할 건지 아닌지만 묻는다. 대동단결, 그냥 ‘줄 서라’ 이거다. 검수완박처럼 다른 걸 갖고도 계속 이렇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왜 이런 행태를 반복할까.

“민주당이 이렇게 판단하게 된 계기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집토끼론’을 우선시해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다. 그 이후부터는 다른 말을 못 하는 분위기가 됐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졌을 때 이런 분위기를 깼어야 했는데, 계속 도취돼 있었다. 이걸 못 깨서 대선에서 졌는데도 아직도 못 깨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부터 대통령실 주요 보직까지 검찰 출신이 독식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실 비서관에 검찰 출신들을 써서 그런 건데, 그것만 가지고 검찰공화국이라 칭하긴 어렵다. 다만 많은 분이 염려하시는 것처럼 검찰에 오래 계셨던 분이 대통령이 됐는데, 국정운영에 검찰을 활용하면 대단히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한동훈 장관 임명 이후 검찰 인사를 보면 약간의 염려는 든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검찰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윤 대통령이 전문가임에도 검수완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평가한다. 그런 기조가 쭉 가야 하는데, 검찰 인사를 보면 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 당시 국회 제 사무실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제가 그때 ‘검찰이 특수수사를 통해 영향력이 너무 커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이 ‘본인도 특수부 검사를 했지만 검찰 특수부가 너무 커지고 영향력이 세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후니까 그래도 부패 척결을 더 강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 생각을 계속 유지하셨으면 한다.”

그렇다면 정치보복은 없을 것으로 보나.

“제가 보수 세력과 그 지지층을 만나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여겨진다. 하나는 우리가 윤 후보를 영입해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만큼 당한 만큼 갚아주자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보복은 절대 안 되지만 위법한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전 이것도 안 된다고 본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어느 정부도 정치보복을 천명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위법한 사안만 수사한다. 그런데 한 번 수사를 시작하고 나면 상호작용이 생겨 멈출 수가 없다. 이쪽이 공격하면 저쪽에서 공격하고, 강성 지지층들이 힘을 모아서 압박하면 더 센 공격을 안 할 수가 없다. 저는 새 정부가 잘되려면 위법의 여부를 법률적 시각이 아닌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그럴 때가 아니다. 국제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굉장한 위기다. 동시에 단군 이래 국제질서 형성에 한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검수완박 추진 과정에서 국민투표 이야기가 나왔다. 만약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추진했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추진 과정 등에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퇴행의 시작이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과감하게 앞을 보고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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