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안보리…중·러 반대로 대북제재 무산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5.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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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후 설전…美 “비토로 제재 실패” 中 “우리의 권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6일(현지 시각)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6일(현지 시각)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는 찬성 13개국, 반대 2개국으로 가결 마지노선(찬성 9표)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반대표를 던진 2개국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라는 점이 문제였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도 반대하지 않아야 통과된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한 데 대응해 미국 주도로 추진됐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유류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유류 트리거’ 조항이 추가 대북 제재 추진의 근거가 됐다. 이에 미국은 지난 3월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논의를 해왔고, 지난 2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막판에 북한이 ICBM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자 곧바로 결의안 표결을 강행했다. 미국은 5월 안보리 의장국이다.

해당 결의안에는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정제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50만 배럴에서 37만5000배럴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북한이 광물연료, 광유, 이들을 증류한 제품, 시계 제품과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애연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방안도 추진했다.

아울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 무역회사, 북한의 군사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해금강 무역회사,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을 자산 동결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도 추가 제재안에 포함됐다. 북한으로부터 정보통신 기술이나 관련 서비스를 획득하거나 획득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이번 결의안에 포함됐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결의안 채택 무산 이후 공개발언을 통해 대립각을 세웠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이 이사회 회원국은 확산자들이 그들 행동의 결과에 직면하지 않도록 방어하기를 택했다”고 발언하자, 이후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은 이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었다”며 “무언가에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지거나 표결에 불참하는 일은 이사회 회원국으로서 중국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추가 발언을 통해 “우리는 중국에 미국의 입장과 일치하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이미 동의한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오늘의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장 대사는 발언권을 얻어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군가가 현재의 한반도 문제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카드로 사용하고자 하는지, 그들이 한반도 문제 대응을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체스판의 말로 활용하고자 하는지다”라며 “다른 국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입장도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대북 추가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는 조만간 유엔 총회에서 그 이유를 해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유엔 총회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회에서 해당 문제를 토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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