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토 양보 ‘불가’ 재확인…“나치독일 회유와 비슷”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2.05.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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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대상 영토에도 평범한 우크라인 수백만 거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부 서방에서 제기되고 있는 '평화협상을 위한 영토양보' 제안에 또 한 번 선을 그었다고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AP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부 서방에서 제기되고 있는 '평화협상을 위한 영토양보' 제안에 또 한 번 선을 그었다고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AP연합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위해 영토를 양보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2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5일 밤 영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고 독일과의 전쟁을 끝내라는 제안은 1938년 나치 독일을 회유하고자 했던 아이디어와 비슷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에 무언가를 주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위한 교환 대상이 돼버린 영토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을 결코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이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영토를 일부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얻으려 하지 말고 조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이상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경계선은 개전 전 상태(status quo ante)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비공식적 지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신저의 달력은 2022년이 아닌 1938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그는 다보스 포럼 청중들에게 연설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뮌헨에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키신저의 제안을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을 달래기 위해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중 독일인 인구가 많은 주데텐란트를 독일에게 양도했던 1938년 뮌헨협정과 같다고 평가한 것이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아레스토비치 보좌관은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거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며 “어린이들은 죽고, 병사들은 몸으로 파편을 막아내고 있는데도 그들은 우리에게 영토를 희생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지도층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협상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인 것으로 드러났다. 키이우 국제사회학 연구소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우크라이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2%는 협상을 위한 영토 양보에 반대했다. 평화와 독립을 위해 영토를 버려도 된다고 말한 사람은 응답자의 10%에 불과했다.

한편 최근 일부 서방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출구’를 열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해 자치권 인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것은 영토 양보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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