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사망’ 美 텍사스 총기난사…경찰 19명 복도서 ‘대기’만 했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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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휘관, ‘인질 대치극’으로 상황 오판
텍사스 당국 “최대한 빨리 진입했어야”…경찰 부적절 대응 시인
24일(현지 시각) 대규모 총격 사건이 벌어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밖에 무장한 경찰관들이 서있다. ⓒAP연합
24일(현지 시각) 대규모 총격 사건이 벌어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밖에 무장한 경찰관들이 서있다. ⓒAP연합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격 사건이 전세계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경찰이 현장 대응에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지휘관이 총기 난사 당시 상황을 인질 대치극으로 오판해 현장 진입이 늦어졌다는 게 텍사스주 당국의 판단이다.

27일(현지시각) AP·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스티브 매크로 텍사스주 공안부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경찰 지휘관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인질극 대치 상황으로 오판했다면서 “물론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만 그것은 옳지 않았고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대한 빨리 경찰이 진입했어야 했다”며 경찰의 대응 실패를 시인했다.

텍사스주 당국이 발표한 사건 타임라인에 따르면 난사범 살바도르 라모스(18)는 사건 당일인 24일 오전 11시32분쯤 학교에 도착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약 1분만에 라모스는 4학년 교실로 침입했고, AR-15 반자동 소총을 사용해 무려 100여 발을 난사했다.

오전 11시35분 경찰관 10여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라모스는 교실 문을 걸어 잠갔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범인의 총에 부상을 입었다. 11시44분까지 교실에선 10여 발의 총성이 이어졌다. 추가로 경찰 인력이 도착하면서 오후 12시3분쯤 교실 외부 복도에는 총 19명의 경관이 배치됐다.

같은 시각, 교실에선 한 여자아이가 911에 첫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첫 신고로부터 7분쯤 후 많은 학생들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2차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제발 경찰을 보내달라” “아이 8~9명만 생존했다” 등의 다급한 신고가 911에 접수됐다.

문제는 복도에서 대기중이던 경찰 19명이 즉각 교실로 진입해 라모스를 제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모스를 사살한 건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국경순찰대 요원들이었다. 라모스는 이날 오후 12시50분 마스터키로 교실문을 개방한 후 진입한 국경순찰대 요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라모스가 학교에 난입한지 약 1시간20분이 경과한 후였다. 경찰이 아이들의 첫 구조 신고로부터 약 50분간 교실 밖에서 대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텍사스주 경찰 당국은 ‘부실대응’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졌다.

라모스의 범행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최소 21명의 목숨이 희생됐다. 이를 두고 라모스의 가족들이 대신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라모스의 모친 에이드리아나 마티네즈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숨진 무고한 아이들이 나를 용서하길 바란다”며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들에 대한 변호도 이어졌다. 마티네즈는 아들 라모스에 대해 “그런 일을 한데 그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부디 아들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달라”면서 “(라모스는) 아주 조용한 아이였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는 아이가 아니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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