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낙마로 주도권 잡은 ‘윤핵관’…스텝 꼬인 한덕수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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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반발한 권성동, ‘윤종원 불가론’ 끝내 관철
尹 대통령 강조했던 책임총리제 첫 발부터 삐걱
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5월16일 오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5월16일 오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당정 간 갈등의 축으로 떠올랐던 국무조정실장 인선이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자진 고사 방식으로 물러나면서 당정 간 불협화음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힘실었던 인사가 결국 불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책임총리제 역시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은행장은 28일 "(인사검증 관련 논란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순리"라며 국무조정실장 직에 대한 고사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여당 내 공개 반대 목소리가 분출된 지 사흘 만이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실에서 직제상 국무총리 바로 아래에 속한다. 총리와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만큼 윤 행장의 내정엔 한 총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국민의힘으로부터 강한 반발이 나온 이후에도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나 한 총리에 물밑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확고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며 '당정 간 파워게임'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거치며 당정 간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모양새다. 고심을 이어가던 윤 대통령이 초대 총리가 아닌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정 간 엇박자는 앞으로도 각종 정책이나 인선을 둘러싸고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종원 불가론'을 내세우며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추진할 때 전임 정부와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수석을 지내면서 부동산,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을 주도했다는 점을 인선 반대의 핵심으로 꼽았는데,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정책과 맞지 않는 인사를 국정운영 요직에 앉힐 수 없다는 게 여당 측 논리다.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 인사가 기용되거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반영 조짐이 보인다면 국민의힘이 정부에 재차 대립각을 세우고 이를 공개 표출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당이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해선 안 된다", "쓴소리를 마다치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권 원내대표는 국무조정실장 인사뿐 아니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를 놓고도 부정적인 여론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한편, 정 후보자의 공개 사퇴를 압박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월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일각에선 인사를 둘러싼 이견과 공개적인 사퇴 압박 등이 정부·여당 간 지나친 '엇박자'로 비칠 수도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함께 새 정부 1기 내각 총리가 힘을 실었던 인사가 첫발조차 떼지 못하게 되면서 책임총리제는 물론 이를 적극 지지해온 윤 대통령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은 국민의힘이 한 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윤 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임명 문제를 두고 여당과 정부가 이견을 노출한 것에 대해 "한 총리가 추천한 국무조정 실장을 여당 전원이 반대하고 나섰다"며 "(여권이) 본격적인 자리다툼을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총리를 인준해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벌써 허수아비 총리로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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