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쟁” 중에도 與野는 ‘밥그릇’ 싸움…국회 공백 장기화 노림수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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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은 뒷전, 민생 이슈엔 각개전투…여야 “아쉬울 게 없다”

‘준전시상황’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국회에선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하반기 시작 이후 보름 넘도록 원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아 입법 논의는 물론 인사청문회도 전면 중지됐다. 

민생에 직결되는 물가 대책을 두고서도 여야는 각개 전투를 이어갈 태세라, 국회 내 신경전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회 내 대치 전선은 원 구성 협상뿐만 아니라 국회법 개정 등으로도 확대됐다. 국회가 민생 현안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각 당내에선 “아쉬울 게 없다”는 기류도 읽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물가 치솟는데 국회는 17일째 개점휴업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기존 합의대로 법제사법위원장을 달라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내어줄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려면 체계·자구 심사 권한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행령 행사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민주당에서 내놓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서도 연일 날 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문제는 원 구성에 파열음을 내는 동안 국회에 입법 과제가 산적해졌다는 점이다. 법안 관련 서류를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 앞에는 사람 키만 한 서류가 며칠째 잔뜩 쌓여있다. 입법부 장기 공백 여파로 상당수 법안이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당장 논의해야 할 법안엔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도 담겨있어 비판에 휩싸였다. 고공행진 중인 유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인하하는 개정안,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사안인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안도 국회 논의 사항이다. 그러나 원 구성이 되지 않아 이 같은 법안을 논의할 상임위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3기 원내대표단이 15일 오전 물가폭등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농협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찾아 물건값을 물어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3기 원내대표단이 15일 오전 물가폭등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농협하나로마트 여의대방로점을 찾아 물건값을 물어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발목잡기vs폭주 프레임 대결…민생엔 뒷짐

그사이 여야는 민생 이슈를 돌봐야한다며 관련 기구를 제각기 발족시켰다. 전날 국민의힘은 ‘물가 및 민생안전 특별위원회’를 꾸렸고, 민주당도 같은 날 ‘민생우선실천단’을 발족했다. 민생 이슈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여야가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엔 뒷짐 지고, 여론만 신경 쓴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공백 장기화 이면엔 각 당 모두 ‘아쉬울 게 없다’는 기조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될수록 여당은 야당에 ‘발목잡기’ 프레임을 씌우기 쉽고, 반대로 야당은 정부여당의 ‘폭주’ 프레임을 들고 나오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도 중간인 50% 선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 여야 모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기 좋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서로가 상대 당이 더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야 모두 협상의 의지가 없다”는 자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나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게 정치인들의 역할인데 지금 국회는 이를 방기하고 있다”며 “여야 모두 엉뚱한 데 관심을 쏟아서 (사회적) 비용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부터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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