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코로나19 집단면역 사라진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8 10: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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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량 증가·계절적 요인·우려 변이 출현 등으로 ‘가을 재유행’ 예고
정부, 하루 15만 명 확진자 발생 전망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4월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3월말 약 32만 명이던 하루 확진자 수는 4월과 5월 감소세를 탔고, 6월 들어 1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월 영업시간 제한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해제했다. 6월 들어서는 생활치료센터와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을 중단했고, 곧 확진자 격리 의무도 해제하거나 격리기간을 기존 7일에서 5일로 줄일 예정이다. 

현충일 연휴를 앞둔 6월3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현충일 연휴를 앞둔 6월3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접종·감염으로 얻은 면역, 가을께 사라져

사실상 모든 방역조치가 풀린 상황에서 우리는 올해 코로나19 종식을 맞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모든 조건이 올가을 코로나19 재유행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사람의 이동량이 증가하며,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과 겨울에 바이러스가 확산할 환경이 조성된다. 게다가 올가을은 집단면역이 소진되고 ‘우려 변이’(VOC·Variant of Concern)가 발생할 시기와도 겹친다. 정부도 올가을 무렵 하루 약 15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가을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과거보다 크지는 않겠지만 올해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6월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오프라인에서의 소비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추세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방역조치가 전면 해제돼, 특히 지난달 중 대면 서비스(숙박·식당 등) 소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반 만에 2019년 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국제선 항공 수요가 올여름 2019년의 40%, 연말엔 80%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람의 이동량이 점차 증가하는 데다 계절적 요인으로 올가을 코로나19 재유행 조건이 갖춰졌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은 가을부터 시작해 겨울에 정점을 이룬다. 코로나19 상황도 지난해 8월 잠잠하다가 9월부터 증가세를 타서 겨울철 내내 치솟았고, 3월에는 하루 확진자 60만 명이라는 최고 기록까지 세웠다. 가을은 기온이 내려가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시기다. 

특히 올가을은 집단면역이 사라지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6월14일 국민의 약 95%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 1~4월 1612명을 조사한 결과다. 국민 대다수가 항체를 보유한 배경에는 백신 접종과 감염이 있다. 오미크론 유행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3차 백신 접종률은 6월15일 현재 64.9%다. 또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약 1823만 명이다. 검사를 받지 않아 통계에서 빠진 감염자까지 합하면 실제 감염자는 인구의 60~70%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획득한 항체로 집단면역을 형성해 현재 오미크론 확산을 누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면역은 평생 유지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으로 얻은 면역은 접종 3~4개월 후부터 약해지며 코로나19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사람도 약 3개월 후 재감염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면역은 보통 6~10개월 후면 대부분 사라진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좋은 계절적 요인과 우리의 면역이 소진되는 시기가 겹치는 올해 11월 이후가 우려된다. 백신 접종이든 자연 감염이든 시간이 지나면 항체 수가 떨어지면서 재감염 사례가 늘어난다. 3차 백신 접종을 12월부터 시작했으므로 면역이 사라지는 시기가 올가을과 겨울이다. 자연 감염에 의한 면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근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 모두를 겨냥한 2가 백신을 개발 중이고, 임상시험에서 2가 백신 접종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항체가 8배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가을·겨울에 확진자 15만 명 발생할 수도” 

방역 당국도 가을철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통령 질병관리청 총괄조정팀장은 6월12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코로나19 미래와 대책 세미나’에서 “6~9개월 후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돼 여름까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다가 가을과 겨울에 (하루 최대) 약 15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한다”고 밝혔다.

통상 국민의 7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됐다고 본다. 정부는 현재 국민의 95%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집단면역은 아니라고 본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변이에 따라 항체 방어력에 차이가 있어 절대 규모로 집단면역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 국민의 70%가 접종을 마친 가을쯤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발생하면서 그 기대는 깨졌다. 약 6개월 후인 지난해 11월말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약 6개월 간격으로 ‘우려 변이’(VOC)가 출현한 전례를 볼 때 올가을과 겨울에 새로운 우려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균주가 발견된 후 WHO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까지 모두 5가지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올가을과 겨울에 이따금 상승할 때도 있겠지만 지금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델타나 오미크론처럼 알파벳이 바뀔 정도로 큰 변이가 나오지 않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도 “지금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유행하지만 전례를 보면 6개월마다 우려 변이가 발생했다. 전염력, 치명률, 면역 회피 능력이 높은 우려 변이가 나오면 코로나19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WHO나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신 접종률이 낮았던 인도와 남아공에서 우려 변이가 출현했다. 전장유전체분석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감염자의 0.3%만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분석을 하는데 이는 앙골라(1.2%)보다도 낮은 수치다. 5~10%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5월 이후 지금까지 약 443만 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한 북한은 주민 2500만 명 대부분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WHO에 코로나19 변이에 관해 공식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북한에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사무소장은 6월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서면 질의에 “WHO가 신종 코로나 우려 변이와 그 특성에 대한 (북한) 보건성의 질문에 답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의 국가방역체계가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되면서 5월18일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한 버스정류장에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있다.ⓒ연합뉴스

백신·치료·거리 두기의 새 기준 마련해야 

이처럼 올가을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을 위한 조건들이 충분하므로 소강 상태인 현재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부터 여름까지는 바이러스 확산이 주춤하는 막간이다. 코로나19가 끝난 것이 아닌 만큼 시스템을 정비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그동안 해왔던 영업시간 제한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은 다시 하기 힘들고 피해도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외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정부·보건소·의료기관이 백신과 치료제 정책을 펼 수 있는 방역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가을 이후 코로나19 재유행을 전망한 정부는 4차 백신 접종 대상을 젊은 성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고위험군이 대상자인 4차 백신 접종률은 30%로, 아직 대상자 10명 중 7명이 접종하지 않았다. 김우주 교수는 “여전히 하루 20명 안팎의 사망자가 나온다.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니만큼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백신 접종으로 목숨을 구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신을 맞고 부작용을 겪었다거나 사망한 소식은 널리 퍼지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은 증폭된다. 백신 접종에 대해 정부가 국민·의료계와 소통하지 않은 탓이다. 소통으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과 별도로, 앞으로 추가 백신 접종을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백신을 투여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검사·진료·치료제 처방까지 전담하는 ‘원스톱 진료기관’을 5000개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이 ‘치료를 위한 검사소’(Test-to-Treat) 2500개를 만든다고 하자 우리는 원스톱 의료기관을 5000개나 만든다고 한다. 숫자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증이나 사망이 감소한 것은 치료를 적기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팍스로비드를 어디에서 처방받는지 모르는 국민이 많다. 이런 소통의 부재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13일 설립돼 코로나19 일상 회복 과정을 지원했던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유행 정점기인 지난 3월 최대 3만3000여 개이던 병상도 거점병원의 병상만 제외하고 모두 폐쇄됐다. 올가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하루 최대 20만 명이 확진되더라도 병상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현재는 환자가 적으니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을 투입하지는 않더라도 음압병실 일부는 남겨둬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거점병원을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의 음압병실을 폐쇄했다. 병실을 허물었다가 나중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하거나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면 다시 음압병실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시간만큼 환자 치료에 공백도 생긴다. 적어도 다시 병상을 확보해야 할 기준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기준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둬야 한다. 또 1년 뒤, 3년 뒤, 그 이후에 새로운 감염병이 도래할 때를 대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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