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어디서 얼마나 빠질까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9 14:00
  • 호수 17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 지역 사람의 주택 보유 비율이 높은 동네일수록 하락 가능성
서울 용산→중구→강남→마포→서초→성동구 順

불패일 것 같던 주택 가격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얼마나 빠질까요?” 집값이 몇 %나 하락할지 묻는 것이다. 부동산을 리서치하는 사람으로서 받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하락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는 있어도 몇 %가 하락할지 전망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하락 정도는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때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 살펴보자. 집값 하락 폭이 컸던 2008년에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은 7억500만원에 거래됐다. 2006년 11월에 최고가 11억6000만원에 거래된 후 거래가격이 39% 하락했다. 은마아파트뿐만이 아니다. 도곡 렉슬 34평은 2006년 11월10일 15억원에 거래됐지만, 2년이 지난 후 9억4000만원으로 하락했다. 하락률은 37%였다. 최근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잠실주공5단지는 어땠을까. 잠실주공5단지 34평은 2006년 12월 13억60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08년 12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하락률이 무려 43%다.

주택 가격이 최근 주춤하면서 향후 향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연합뉴스
주택 가격이 최근 주춤하면서 향후 향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연합뉴스

세종시, 최고가 대비 15~25% 하락

하락 폭도 중요하지만 어느 지역이 더 많이 빠질 것인지도 중요하다. 우선 잠재 매도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 하락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투자 목적 보유자(다주택자+임대사업자+1주택 보유자 투자 목적 보유)는 어느 지역에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까. 주택 소재지별 타 지역 주택 보유 비율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평균 29.6%다. 개인이 보유한 서울 주택 254만 호 중에서 약 73만 호는 주택이 위치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서울시 구별로 타 지역 거주자 보유 주택 비율을 계산하면 가장 높은 지역은 용산구로 46%다. 그다음으로 중구 39.4%, 강남구 37.6%, 마포구 35.3%, 서초구 34.9%, 성동구 34.6% 정도다. 해당 지역은 향후 매물 증가로 인해 가격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지역은 중랑구 22.6%, 도봉구 23.6%, 금천구 24.5%, 은평구 25.2%, 강북구 25.3% 순이다. 타 지역 거주자 보유 주택 비율이 낮은 곳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안정적일 수 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 평균보다 타 지역 거주자 보유 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은 동두천시(29.9%), 성남시(29.5%), 가평군(29.1%), 의왕시(28.3%), 수원시(28%), 하남시(27.9%), 용인시(26.9%), 인천시(26.7%) 등 순으로 조사된다.

전체로 살펴보면 타 지역 거주자 보유 주택 비율은 전국 평균 24%다.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34%)다. 서울(29.6%), 인천(26.7%), 경기(25.3%), 부산(25.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미 예상된 변화가 일어나는 지역이 있다. 바로 세종시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타 지역 거주자 보유 주택 비율이 가장 높다. 매도 물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집값이 가장 먼저 빠지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세종시에서 실거래된 아파트 471건의 가격을 조사하면 최고가 대비 15~25% 하락했다. 3개월 만에 가격이 20% 떨어졌다. 투자 목적의 보유가 많아 단기에 매물이 증가하면 20% 이상 대폭 하락도 가능하다는 것을 세종시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미친 듯이 오르던 주택 가격이 주춤하고 있다. 상승률은 둔화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집값이 진짜 떨어지나요?” 질문을 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답을 들어도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향이 없다. 솔직하게 말하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집값은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아니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마음속 답이 정해진 상황에서 집값을 전망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여론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당신은 집값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1번 상승, 2번 하락. 집 보유 여부에 따라 선택이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여론조사 결론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조사 결과는 1번이 높은 비율로 나올 것이다. 한국에서 집을 갖고 있는 가구 비율이 60%가 넘기 때문이다.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가 더 많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바라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예상한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전망으로 이어진다. 그런 만큼 시장을 예측해 부동산 관련 책을 팔거나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은 의외로 쉽다. 다수의 여론에 맞춰 “집값은 계속 오릅니다. 빠져도 오릅니다. 결국 오릅니다. 언젠가 오릅니다”라고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주장에 맞춰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반대로 “이제 떨어집니다. 드디어 떨어집니다. 엄청난 하락장이 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장사(?)가 될 수 있다. 소수 의견이긴 해도 혹시나 맞으면 40%의 지지를 업고 스타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료도 수없이 찾아낼 수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각자의 상황이나 바람과 상관없이 미래는 결정된다. 다만, 원하는 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혹시나 그대로 이뤄졌다면 운이 좋았을 뿐이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자신의 바람대로 집값이 움직이지 않는다. 미래 전망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내 집 마련을 잠시 미루거나 집을 사야 하는 기준은 전망을 근거로 세워야 한다. 혹은 집을 팔아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전망을 어떻게 하든,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다. 어떤 선택이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망이 필요하다.

사과를 보고 아이폰 떠올리지 마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나 자신이 아직까지 무주택자라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각자의 상황과 위치를 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시장의 상황과 전망을 바라볼 준비를 해야 한다. 사과를 보고 둥글다거나 맛있겠다고 생각해야지, 애플의 아이폰을 떠올리면 안 된다. 고정관념과 자신의 위치에 사로잡히지 않은 시선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 색안경을 벗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첫 작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얼마나, 어디가’보다 휠씬 더 중요하게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은 ‘왜(Why)이고, 어떻게(How)’다. 왜 집값은 변동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주목한다면 내 집 마련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