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브랜드 영향력도 바꿨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2 07:3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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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리오 나타렐리 MBLM(엠블럼) CEO…브랜드 친밀도 조사 결과 디즈니 1위, LG·삼성 각각 74·85위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는 우리네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언택트(비대면)나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재택근무나 원격교육 등이 일상화됐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배달의민족, 카카오, 쿠팡, 넷마블 등 첨단 IT기술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들이 틈새를 비집고 재계의 주류로 떠올랐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기업인 MBLM(엠블럼)의 마리오 나타렐리(Mario Natarelli) CEO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MBLM은 매년 브랜드 친밀도(Brand Intimacy)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브랜드의 강세가 올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고객 끌려면 브랜드 친밀도부터 키워야

LG(74위)와 삼성(85위), 엔씨소프트(99위), 넷마블(106위) 등 국내 기업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많이 하락했다. 마리오 CEO는 그 이유 역시 감염병 사태의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그는 “미국 월마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소외계층의 ‘식품 사막(Food Desert)’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을 기부했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삼성의 순위가 올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오 CEO는 기업이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측정(Measure)-전형(Archetype)-단계(Stages)의 과정을 거칠 것을 조언한다. 그는 “고객뿐 아니라 직원, 파트너 회사 등 이해관계자와 어느 정도 유대감을 갖고 있는지 기업이 모른다면 개선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측정 단계가 끝나면 이후 자사 브랜드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이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은 6월10일 방한한 마리오 나타렐리 MBLM CEO를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났다.

 

MBLM이란 기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MBLM은 올해 설립 12년이 된 브랜드 컨설팅 에이전시다. 본사는 뉴욕에 있고, 전 세계 5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도 지사를 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다. 한국을 허브로 해 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나 기업의 마케팅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경영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어떤가.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일례로 MBLM은 매년 브랜드 친밀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수백여 개 브랜드와 소비자의 유대관계를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의 강세가 올해 두드러졌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올해 브랜드 친밀도 1위는 디즈니다. 최근 몇 년간 애플이나 아마존에 밀려 2, 3위에 머무르다 올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OTT인 디즈니플러스 등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경쟁 OTT도 10위권에 랭크됐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8위로 6계단이나 상승했다. 반대로 애플, 디즈니와 함께 그동안 톱3를 다퉜던 아마존의 순위는 올해 조사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아마존 직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마존이 최대주주로 있는 배달 스타트업의 근무환경 문제마저 제기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마리오 CEO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 친밀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취향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브랜드 로열티(Brand Loyalty) 등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6월10일 오후 마리오 나타렐리 MBLM CEO와 넬슨 허 한국지사 대표(오른쪽)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6월10일 오후 마리오 나타렐리 MBLM CEO와 넬슨 허 한국지사 대표(오른쪽)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 팬데믹 거치며 고객 취양 다양해져

MBLM이 사용하는 ‘브랜드 친밀도’는 충성심의 발달된 개념이다. 기존 조사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평가하면서 이른바 ‘갇힌 고객(trapped loyalists)’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지금 이용하는 이동통신사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관행적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이런 경우다. MBLM은 지난 12년간 조사 방식을 계속 업데이트했다. 현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SNS에 올라와 있는 14억 개 단어를 분석하고,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공유하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조사를 ‘감성 과학(Emotional Science)’이라고 말한다.

‘감성 과학’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사람은 이성적이라고 흔히 말한다. 사실은 다르다. 뇌가 감성적으로 먼저 반응한 후에 이성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뇌가 감성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미 과학자들이 증명해 냈다. 제품을 구매할 때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감성이다. 하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감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브랜드 친밀도는 바로 이 감성을 마케팅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브랜드에 대해 어떤 느낌이 있는지 파악하고, 감성을 통해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단순히 브랜드의 노출 빈도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뉘앙스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단순 로열티는 마케팅 효과를 평가하는 데 구식 개념이 됐다. MBLM의 방식은 좀 더 다이내믹하고, 디지털적이고, 양방향이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유대감이나 느낌을 훨씬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SNS 등에 코멘트를 달 때 쓰는 단어들이 그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심지어 이모티콘까지도 측정한다. 이모티콘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방식의 조사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인사이트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120대 브랜드 중에 한국 기업도 있다.

“그렇다. LG(74위)와 삼성(85위), 엔씨소프트(99위), 넷마블(106위) 등이 순위권에 포함됐다.”

삼성은 과거 조사에서 20위권 안에 항상 머물렀다. 올해 80위권으로 순위가 급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순위는 매번 변할 수 있다. 그 이유가 브랜드 퍼포먼스 때문일 수도 있고, 외부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 올해의 경우 조사 범위를 글로벌 기반으로 확대했다. 순위에 변화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삼성의 경우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 3분의 1만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기업들이 더욱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삼성의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셧다운이 많았다. ‘저렴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하는 ‘식품 사막(Food Desert)’ 현상이 생겨났다. 월마트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식품을 기부했다. 지난해에만 ‘Healthier Food for All’(모두를 위한 건강한 음식)이라는 슬로건 아래 28만4000톤에 달하는 식품을 소외계층에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이 잘못했기 때문에 순위가 하락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이런 활동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순위가 바뀐 것이다.”

마리오 CEO는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게 바로 고객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매출 증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있다. 때문에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가 측정(Measure)을 하는 것이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 파트너 회사 등 이해관계자와 어느 정도 유대감을 갖고 있는지 기업이 모른다면 개선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올해 조사에서 LG·삼성 각각 74·85위로 밀린 이유

MBLM의 모델이나 연구는 친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이런 모델을 통해 친밀도를 측정했다면 다음은 전형(archetype) 및 단계(stages) 과정이 필요하다. 전형은 특성 유형이고, 단계는 강도다. 자사 브랜드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이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해야 브랜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작년에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지사를 낸 이유가 있나.

“최근 K팝과 K푸드, K드라마 등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자동차나 IT 등에서 기술 완성도가 높은 기업도 많다. MBLM은 브랜드 컨설팅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예상치 못한 브랜딩과 마케팅 문제에 부딪혔을 때 MBLM이 도움을 주면서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게 목표다. 한국을 선택한 것도 관련 조사 등 다양한 국가를 비교한 결과다. 한국이 향후 아시아 진출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브랜드 컨설팅으로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의 사례가 있나.

“농기계 제조업체 TYM(옛 동양물산기업)이 성과를 낸 대표적 케이스다. TYM은 농업용 기계를 제조하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다.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농기계를 생산하면서 ‘농슬라’(농기계+테슬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MBLM은 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브랜드와 디지털 컨설팅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다. 그 결과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최근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2, 제3의 성공 사례가 곧 나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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