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덮친 ‘사정 정국’, 위기의 이재명에겐 기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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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文정부‧이재명 동시 겨냥한 수사에…野 “정치 보복” 반발
수사 전선 확대 시 반목하던 친문‧친명계 ‘공동 전선’ 형성할 듯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검찰이 이른바 ‘탈원전 블랙리스트’와 ‘대장동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뒤 당내 대응 기구 설치도 모색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쏘아 올린 ‘사정 정국’이 오히려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이뤄 여당 및 정부와 각을 세울 경우, 상대적으로 내부 개혁 목소리는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화두로 다시금 ‘검찰개혁’과 ‘정부 견제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 출근하며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의 상황을 종합하면, 여야 관계는 극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원구성, 시행령 개정 권한을 둘러싼 국회법 등을 두고 갈등을 빚던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변수로 부상하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수사에 이어 박상혁 의원(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수석실 행정관)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백 전 장관의 13개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 관련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4일 노컷뉴스는 검찰이 ‘대장동 게이트’의 피의자로 이재명 의원을 특정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를 검찰의 계획된 ‘보복 수사’로 규정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쪽으로는 문재인 정권 수사하고 한 쪽으로는 이재명 의원을 수사하고, 이것을 왜 이렇게 하겠느냐”며 “자신들이 경제가 어렵고 민생 문제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니까 이런 식의 수사 국면으로 바꾸는 건 아닌가”라고 사정 정국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 윗선과 이재명 의원 관련해서 백현동 압수수색 들어가는 건 철저한 기획 수사"라며 "무리하게 한꺼번에 하는데 우리도 정권 잡아봐서 알고 있다. 속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0회 교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직 개편 및 보복 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말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야권에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보복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국민께서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0회 교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직 개편 및 보복 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말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야권에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보복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국민께서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서로 향해 겨눴던 野 계파, 단일대오 형성하나

지방선거에 패배한 이후 ‘자숙 모드’로 들어갔던 민주당 내 기류도 ‘강공 모드’로 점차 바뀌는 양상이다. 실제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휘말렸던 이재명 의원도 침묵을 깨고 전선에 합류했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를 이용한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길 바란다”며 촉구했다.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제40회 교정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중대한 범죄를 수사하는 걸 정치 보복이라 부르는 것은 국민들께서 전혀 동의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가 계속될 경우 당내 대응 기구 설치를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부 혁신에 집중하던 비대위의 역할이 ‘검찰수사 대응 콘트롤타워’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의원을 동시에 겨냥함에 따라, 반목하던 ‘친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 ‘친이재명계’ 등이 힘을 합쳐 맞대응할 명분이 생겼다.

민주당 비대위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는 (검찰개혁을 추진한) 민주당에 대한 명백한 보복으로 이를 방관하는 대통령실과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 간의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리당략을 떠나 강력하게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분을 거듭하던 민주당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게 되면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제기됐던 ‘지도부 세대교체론’이나 ‘지방선거 책임론’ 등이 후순위 과제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를 받는 당사자인 이 의원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당대회 출마 명분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의원은 검찰 수사를 거부할 게 아니라 빨리 받게 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떨어진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의혹들을) 깨끗하게 털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검찰수사와 별개로) 이재명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을 노리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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