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검찰공화국’ 논란...모피아 견제 필요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0 10: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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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장차관급·대통령실에 검찰 출신 15명…한덕수 국무총리 등 기재부 출신은 11명
총리 비서실장·금감원장에 이례적으로 검사 임명...모피아 중심 관료 세계에 긴장감 불어넣기

“고소영-태평성대-민변 사랑”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고소영)이 중용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성균관대 출신(태평성대)이 약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과거에는 민변 출신이 도배(민변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에는 “검찰공화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측근들을 대통령실은 물론 내각과 정부 핵심 자리에 연이어 발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에 앉은 검찰 출신은 최대 15명으로 거론된다.

장차관급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이완규 법제처장,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9명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데 권영세(통일부 장관), 원희룡(국토부 장관), 박민식(국가보훈처장)같이 벌써 검사 그만둔 지 20년이 다 되고 국회의원 3선, 4선 하고 도지사까지 하신 분들을 검사 출신이라고 얘기하는 건 좀 어폐가 있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한덕수 총리,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한덕수 총리,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윤 대통령 “권영세·원희룡·박민식은 검찰 출신에서 빼 달라”

대통령실에는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등 6명이 포진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검사 시절 성 비위 전력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윤재순 비서관이 과거에 쓴 시는 성추행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1996년 검찰 주사보 시절 여성에 대한 불필요한 신체접촉, 2012년 여성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사처분(경고)을 받았다. 2002년 펴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는 지하철 내 성추행을 옹호하는 표현이 나온다.

윤재순 비서관은 5월17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지나간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게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과드려야 맞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먼저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명 과정에서 내놓은 발언으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당시 담당 검사였다.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등 주요 기록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고 유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시원 당시 검사는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이 기록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

검찰은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 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검찰은 2014년 5월, 유우성씨가 불법으로 북한에 돈을 보내고(외국환거래법 위반), 탈북자를 가장해 서울시 공무원에 임용됐다(위계공무집행방해)며 별건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2010년 3월, 유씨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해 기소유예 처분했었다. 유우성씨는 검찰이 “보복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인정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유우성씨는 지난해 1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부장·차장 등 지휘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유철 전 서울서부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두봉 인천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당시 담당검사) 등이 고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유우성씨는 이시원 비서관의 사과와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유우성씨는 5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첩 조작에 가담한 검사들을 두 차례에 걸쳐 고소·고발했지만 다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자기 식구’ 감싸느라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때만 수사하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불기소 처분했다”면서 “이시원 검사가 공직기강비서관이 된 것은 피해자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시원 비서관이) 지금이라도 사임하고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보복 기소 사건은 이시원 비서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계속 (지명)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능력주의에 휩싸이다 다양성의 힘 간과” 비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9일 라디오를 통해 “어제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해서 ‘더 이상 검사 출신을 쓸 자원이 있느냐’고 하니 (윤석열 대통령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검찰 출신을 더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나’라는 질문에 “다 법률가들이 가야 하는 자리이고,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 만한 자리에 대해서만 (검사 출신을) 배치했고 필요하면 (추가 발탁을) 해야죠”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6월12일 검찰 편중 인사 논란과 관련해 “너무 능력주의에 휩싸이다 보면 다양성이 가진 힘을 간과하기 쉽다. 다양해야지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여러 가지 문제점 또는 리스크에 대해 미리 검증되고 그러면서 더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에는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위주로 (인사를) 하셨는데, 그다음에 또 연이어서 여성에 대한 인사들을 하셨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금씩 실행해 보시고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시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서, 비판하기보다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발탁된 국무총리 비서실장, 대통령실 부속실장,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금융감독원장 등은 ‘처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과거 검찰 출신이 간 전례가 없다는 뜻이다. 부속실장과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검찰 출신보다는 ‘측근’에 더 방점이 찍힌 인사라고 볼 수 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굳이 검사가 가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턱밑에 검사 출신을 박아 조직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메기 역할을 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윤석열 정부의 인재풀이 좁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6월10~1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찰 출신 인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응답자의 38.5%는 ‘매우 적절하지 않다’, 12.3%는 ‘대체로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부적절 의견이 50.8%로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文 정부 장차관급·대통령실에 민변 출신은 13명

윤석열 대통령이 “민변 출신이 도배”했다고 평가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어땠을까. 윤석열 정부는 6월10일 출범 한 달을 맞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 동안 임명한 민변 출신은 김외숙 법제처장이 유일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장차관급에 기용된 민변 출신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김외숙 법제처장,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다.

이 중 송두환 위원장은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사건을 변론하면서 수임료를 받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맡은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통령실에 근무한 민변 출신은 이광철 민정비서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김미경 균형인사비서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김성진 사회혁신비서관 등이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인사수석비서관으로, 김진국 감사위원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실에서도 근무했다.

이 가운데 이광철 전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회의원이 된 최강욱 전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대학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최강욱 의원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법무부에는 황희석 인권국장을 비롯해 이상갑·위은진 인권국장,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김용민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등 20여 명의 민변 출신이 포진했다. 차규근 전 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직위 해제됐다.

“금감원장 놓고 검피아와 모피아 간 미묘한 신경전”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놓고 ‘모피아(MOFIA·재무부의 영문 약칭(MOF)과 마피아의 합성어)의 재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필두로 경제 분야 요직을 기획재정부(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기재부 차관을 지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기획예산처에서 재정운용실장을 역임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 윤태식 관세청장, 한훈 통계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차관,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도 범기재부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역시 기재부에서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윤종원 은행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반대하자 자진사퇴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관계자는 “경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약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한덕수 총리를 지명한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라인이 기재부 출신 ‘원팀’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효율성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나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기재부 출신이 갈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장을 놓고 검피아(검찰+마피아)와 모피아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역대 금감원장에는 기재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나 교수 출신이 많이 기용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김대기 비서실장 등은 기재부나 금융위원회 출신을 발탁하고자 했다고 한다.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 제청권을 갖고 있는데,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 역시 기재부(재무부) 출신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검찰이었다.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금감원장에 오른 것이다. 모피아 몫으로 치부되던 곳에 검피아가 기용됨으로써 이복현 신임 원장은 은행권 등의 감독뿐 아니라 기존 모피아식 감독의 문제점까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모피아 일색의 금융권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아마추어 정치인에다 검찰 이외 분야를 경험하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으로서 관가를 장악하기 위한 불가피한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경제범죄 수사를 두루 경험했다. 현대자동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을 담당했다. 이 때문에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감사가 가능하다. 즉, 영장 없이도 금융사의 방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검찰이 나서기 전에 금감원이 이른바 ‘초동수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경제관료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600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곳이 기재부다. 기재부야말로 가장 센 부처다. 모피아 전성시대를 검찰 출신 관료들이 내부적으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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