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징계’ 나비효과?…민주당 ‘분당 위기’ 직면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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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징계 두고 ’내홍 조짐‘…일부 당원 ’조직적 탈당‘ 움직임
2003년 열린우리당, 2015년 국민의당 분당 사태 재현 우려도

대통령 선거 석패와 지방선거 참패, 최강욱 의원의 징계까지. 잇따른 악재를 마주한 더불어민주당이 내홍 위기에 직면했다. 선거 연패와 최 의원의 징계 적절성 등을 두고 당원과 의원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야권에선 ‘분당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당의 반성과 혁신을 우선시하는 온건파와 정부 견제, 검찰 개혁 등을 내세운 강경파 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못할 경우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열린우리당 분당,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민의당 분당에 이은 세 번째 분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5월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강욱 징계 이면에 자리한 ‘계파 갈등’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6월20일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은 최강욱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최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온라인 회의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 의원의 징계를 기점으로 ‘집안다툼’이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최 의원의 징계가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당 윤리심판원이 여론을 의식해 너무 과한 ‘철퇴’를 내렸다는 반발도 나온다. 특히 최 의원을 옹호하는 일부 당직자와 당원들은 징계가 확정될 경우 탈당하겠다는 ‘폭탄 문자’까지 당 지도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문을 연 것은 지방선거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6월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의원의 징계 결정에 대해 “최 의원의 거짓 발언,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 봤을 때 무거운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끝까지 사실을 부인한 것을 고려하면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 처분을 내리거나 당원 자격정지 기간을 더 늘렸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민주당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우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좀 센 징계란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이 비대위 논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논의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윤리심파원 결정에 간접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최 의원 징계를 계기로 해묵었던 ‘이재명 책임론’, ‘처럼회 해체론’도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최 의원이 ‘친명계’와 ‘처럼회’ 교집합에 위치한 의원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이 징계를 받으면서 그간 그를 감쌌던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의원 여성 지지자)들과 ‘처럼회’ 의원들을 같이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처럼회’는 팬덤에 취해 당을 국민과 멀어지게 하고 지선을 참패로 이끌었다”며 “‘처럼회’는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이) 지선 5일 전 발표한 혁신안도 옳다. 팬덤에 대한 평가도 옳다”며 “지선 패배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은 사과라도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당내 강경 성향 의원들은 최 의원의 징계, ‘이재명 책임론’, ‘처럼회 해체론’ 모두에 반대하며, 이들에 대한 비판을 ‘무책임한 탄압’이라 주장하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6월21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조금 더 신중한 행보나 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의도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 의원과 함께 ‘처럼회’에 소속된 김용민 의원은 6월20일 페이스북에 “당을 그렇게 이끈 책임이 자기(박 전 위원장)에게 있음에도 평론가 모드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3년 10월27일 오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발기인들이 손을 맞잡아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10월27일 오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발기인들이 손을 맞잡아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노-비노’ 갈등 끝 분당한 2003년 재현될 수도

정치권 일각에선 당권과 개혁 방향을 두고 파열음이 일기 시작한 민주당의 현 상황을 두고 ‘분당 위기’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계파 간 갈등 끝에 당이 쪼개졌던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열린우리당 분당,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국민의당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 진영의 1차 분당은 2003년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친노무현계가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사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새천년민주당은 집권여당이 됐다. 그러나 당의 전면적 쇄신을 주장한 친노계와 민주당의 전통성을 주장한 DJ계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갈등이 격화되던 2003년 9월4일 당무회의장에서는 양쪽 당직자들의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격노한 친노계 민주당 의원 31명은 이날 전격 탈당을 발표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이들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동참하면서 열린우리당은 ‘미니 여당’이 됐고, 열린우리당이 빠져나가고 난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2차 분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반노-반문계가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일이다. 민주통합당은 2012년 대선에 문재인 후보를 내세웠지만 패배했다. 이어 2014년 3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했다. 이에 동교동계와 호남 지역 의원들은 ‘친노, 친문 세력이 호남을 홀대한 탓’이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고, 안철수계는 ‘민주당이 혁신할 뜻이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갈등이 지속된 끝에 천정배, 박주선, 안철수, 김한길 등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인사들이 통합해 2016년 초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의 80% 이상을 석권하며 38석을 획득하며 원내 제3당이 됐다.

과연 2022년, 민주 진영의 세 번째 분당이 발발하게 되는 것일까. 민주당 의원들은 분당 위기설에는 앞다퉈 선을 긋는 모양새다. 현 갈등 상황은 당의 미래를 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건전한 조율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 일각에서도 분당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재명 의원을 제외하면 신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대선 주자급 리더’가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분당의 가장 큰 동력은 차기 대권 주자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이재명 의원 외에는 마땅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 맞서 당을 새로 만든다면 대안 리더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유력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신분(도지사)이기에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현 시점에서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처럼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거나 강한 리더십을 가진 중진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이재명 의원이 당을 장악하고 본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의원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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