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장외투쟁 나서나…출구 안 보이는 원 구성 협상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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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 임박해도 벼랑 끝 대치 이어가는 與野
여론 의식해 막판 극적 합의 이룰 가능성도 제기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벼랑 끝 대치 양상이 4일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이 사실상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꼽혀서다. 여야가 극적 합의에 이르면 대치 국면은 잠잠해지겠지만, 결렬된다면 ‘야당 단독 개의⟶여당 극렬 투쟁’ 흐름을 막을 수 없을 전망이다.

양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더불어민주당도 의장단 단독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기류를 고수하고 있다. 다만 국회 장기 파행이라는 악재가 여야 모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정치권 일각에선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모습(왼)과 같은 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모습(왼)과 같은 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무능’ 국민의힘 vs ‘독주’ 민주당…협상 결렬시 ‘최악 대치’ 불가피

4일 여야는 서로 ‘최후통첩’을 날리며 신경전 수위를 높였다. 전날 2차례 회동을 모두 빈손으로 끝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 당에 돌리며 전운을 고조시켰다. 권 원내대표는 “입법 폭주는 자멸로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비난한 반면, 박 원내대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예정대로 본회의를 열겠다”고 응수했다.

양당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는 조건으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조정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협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취하 등을 내건 상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핵심 조건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35일째 국회 공백 사태를 유발했다.

양당은 원내대표끼리 협상에 나서는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검수완박’ 국면에서의 ‘악수’를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대표해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으나 의원총회에서 뒤집혔다.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고, 이에 따라 권 원내대표는 사퇴 압박에 직면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례는 이번 원 구성 협상에 권 원내대표가 유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유로 거론된다. 

민주당이 예고대로 이날 본회의에서 의장단 단독 선출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으로선 저지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다수당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선출한 전례가 없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서다. 이 경우 국민의힘에게 남은 카드는 ‘장외 투쟁’밖에 없게 된다. 집권여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에 비상대기령을 발령하고, 물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를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를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지율 경고등 켜진 與野, 일각선 “양보하자” 기류도

다만 ‘강대강’ 대치가 이어진다면 여야 모두 여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권여당에는 ‘무능’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고, 야당으로선 ‘발목잡기’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으로선 ‘검수완박’ 강행 국면에 이어 의장단 선출까지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 ‘독주’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게 된다. 여기에 민생 경제가 최악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 3중고 속 국회 파행으로, 여야가 동시에 지지층의 외면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여야 모두 지지율 적신호를 마주했다는 점도 고려하는 대목 중 하나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6월27~7월1일, 2514명)에서 국민의힘은 43.5%, 민주당은 40.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으로 얻은 컨벤션 효과를 모두 상실한 분위기이고, 그렇다고 민주당이 국민의힘 상승분을 흡수하지도 못하는 처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때문에 여야가 막판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대두된다. 유력한 시나리오로는 본회의 시간을 한 차례 더 연기해 협상 시한을 다시 버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악의 대치 상황은 면하자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에서 이날로 본회의를 이미 연기한 만큼 예정대로 본회의 개의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도 “여당으로서 대승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여야는 일단 본회의 전까지 최대한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20분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원 구성 협상 관련한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있다. 그사이 당 안팎에선 ‘여당 책임론’이 고개를 들며 양보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수완박’ 소 취하는 못 받지만 사개특위는 받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타협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 강경 기류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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