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反文 정부’…줄줄이 ‘뒤집기’에 멍드는 민생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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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달째 ‘반문’ 전선 일관하는 尹정부…지지층 결집 효과도 ‘글쎄’
복합 경제위기에 민생은 휘청…“尹정부만의 비전 찾아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이 흘렀는데,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소환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반문(반문재인)’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는 분위기여서다. 전 정권을 향한 사정정국을 주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에 ‘뒤집기’ 코드를 씌우고 “전 정부보다 낫다”며 노골적 상대평가에 나섰다. 

다만 ‘반문’으로 인한 여론 결집은 효력을 잃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주효한 평가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심은 전 정권과의 비교보다 현 정권을 향한 냉철한 평가를 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만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지지율은 더 추락할 것”이란 엄중한 경고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 승리 4달째인데 ‘反文’에 멈춰있는 尹대통령

6일로 출범 58일째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키워드는 ‘반문’으로 요약된다. 국정 철학의 메시지와도 같은 인사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은 연일 ‘반문’ 기조를 내비치고 있다. 전날엔 부적격 인사 논란을 지적한 기자의 질문에 “전 정권에 훌륭한 장관이 있었나. 비교해봐라”며 날 선 반응을 보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반문’ 기류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박순애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공식 자리에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했다”고 했다. 지난달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과거 정부엔 민변 출신이 도배하지 않았나”고 반발한 것이나 정치보복 논란에 “민주당 정부 때는 그렇게 안 했나”고 말한 것은 출근길에 한 차례 나온 발언이었다. 이와 달리 이번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이틀 연속 비교 발언을 내놓았다. ‘반문’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인사 문제는 윤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는 포인트 중 하나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 편중 인사 논란 속 ‘내 사람 챙기기’ 비판을 받았는데도, 윤 대통령은 이달 또 공정거래위원장에 사법연수원 동기인 송옥렬 교수를 지명했다. 그러는 사이 전임 정권 인사는 단 한 명도 끌어안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장에 문 정부 청와대 출신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내정됐다 그마저도 여당 반발에 낙마한 게 전부다. 인사에 있어서도 ‘반문’ 기조를 뚜렷하게 보인 셈이다.

2020년 6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쪽을 쳐다보는 모습 ⓒ 연합뉴스
2020년 6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쪽을 쳐다보는 모습 ⓒ 연합뉴스

정책 뒤집고 文정부 출신에 사정 칼날 들이밀기

윤 대통령이 전임 정권을 향한 사정의 날을 세우려는 것 역시 ‘반문’ 기조의 일환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내쳐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 강행할 때부터 사실상 ‘윤석열판 적폐청산’ 수사를 예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한동훈 장관은 아직까지 공석인 검찰총장직을 대신해 인사권을 휘두르며 검찰을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채웠다. 향후 사정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문’ 사정 정국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 윤 정부 산하 해경은 전임 정부에서 결론 내린 ‘월북’ 판단을 2년 만에 뒤집었고, 여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책임론을 띄우고 있다. 과거 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고소‧고발하는 등 사법적 싸움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윤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도 ‘반문’ 코드가 관측된다. 경제 정책에선 전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을 공식 폐기하고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전 정권에서 내린 만큼 다시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의 대표적 정책으로 꼽히는 탈원전에 대해선 “바보 같은 짓”이라고 공개 저격하며 뒤집기에 나섰다. 한반도 정책도 전 정권의 평화 노선을 지우고 강경 노선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 연합뉴스

‘反文’에도 지지율은 ‘추락’…“새로운 비전 절실”

그러나 이 같은 ‘반문’ 전략이 별다른 효용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사이 발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부정 평가는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거나, 오차 밖으로 크게 벌어져 ‘데드크로스’ 현상을 보였다.

문제는 ‘반문’ 기조 이외에는 별다른 국정 돌파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반문’이 사실상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대선 때에도 “비전은 없고 ‘반문’밖에 안 보인다”는 자조가 내부적으로도 나왔지만, 윤석열 당시 후보는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1기 내각까지 완성 단계에 이르렀는데, 4달이 지나도록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정부만의 비전을 내세우지 못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나 “정권교체라는 민심의 욕망을 실현시킨 이후로는 현 정권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지층이 특정 계층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합 경제위기에 불안해하는 국민을 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더 과감한 정책 운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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