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지지율이 “의미 없다”는 대통령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0 08:00
  • 호수 17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지율 하락 근본 원인은 윤 대통령의 ‘태도’
경험·자질 부족, 독단·일방적 스타일로 비쳐선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위기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자체적으로 매주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물어보았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5월23~27일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54.1%,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7.7%로 나타났다. 그 후로 쭉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달여 후인 6월27일~7월1일 조사에서 긍정평가 44.4%, 부정평가 50.2%로 나왔다. 긍정은 10%포인트가량 주저앉았고 부정은 10%포인트 이상 올라갔다(그림①). 

마치 고삐 풀린 모습이다. 대통령선거 당시의 득표율보다 낮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데드크로스(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보다 더 높아진 추세, 주로 금융권에서 지표 변화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표현)가 나타났다’고 묻자 “별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다. 낮은 지지율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한편으로는 지지율과 무관하게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여론에 귀를 닫는 불통 이미지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즉, 지지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실시간 성적표이기도 하고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를 분석해 국정 방향을 보완하고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는 기준이 된다. 게다가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의 운명 지표다. 지지율이 낮은 국면에서 대통령의 발언과 국정과제는 힘을 받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낮은 지지율은 사실상 국정운영의 에너지가 상실되는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낮은 지지율로 정상적 국정운영 어려워

대통령의 지지율과 운명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긍정이 부정보다 높으면 국정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적어도 지지율이 45% 이상이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살아있는 지점이다. 30%대로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 이른바 레임덕(Lame Duck·절뚝거리는 오리의 모습처럼 국정 권력의 누수가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 현상이다. 10% 미만으로 내려가면 대통령 자리를 지탱하기 어렵다. 탄핵을 앞두고 사임한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탄핵당했던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모두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다.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황금 주머니는 무엇일까. 우선 밑 빠진 독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지는 정확한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 거론되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고유가와 고물가에 따른 경제적 요인, 검찰 편중과 임명 강행에 따른 인사 참사, 신구 세력 갈등으로 빚어진 정치적 양극화, 경찰국 설치 논란을 비롯한 현안 갈등, 김건희 여사 행보, 대통령 집무실 출근 브리핑 등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즉 ‘태도(성격)’에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6월28~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인사’가 18%로 가장 높았고 ‘경제’가 10%로 그다음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5%, ‘김건희 여사’ 1%로 나타났다. 인사 문제가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주기는 하지만 채 20%에 미치지 않을 정도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중 ‘대통령의 스타일(태도)’에 포함할 수 있는 이유를 다 묶어보았다. 무려 40%나 된다(그림②). 즉 인사 문제, 경제 상황, 정치적 양극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바로 태도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의 질문에 ‘지지율 여론조사는 의미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 때마다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겠는가. 미국은 여론을 분석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보좌진이 백악관에 즐비하다. 우리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영남·60대 이상 지지층 이탈 현상은 심각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20% 이상 끌어올리는 황금 주머니는 대통령의 스타일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선거에서 대통령에게 투표한 지지층 외에 2030 MZ세대, 여성, 서울, 무당층 등 중간지대 성격이 강한 국민 계층에서 지지를 끌어낸다. 대통령의 임기 초반은 주로 경제정책과 미래 비전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대결 구도보다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게 되고 ‘허니문 효과’(대통령의 임기 초반 국민 여론과 언론 반응이 우호적인 상태)를 누리게 된다. 비슷한 임기 시점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해도 명백하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2013년 5월6~9일과 올해 6월28~30일 조사를 비교해 보았다. 박 전 대통령은 전체 56%의 지지율에 여성과 서울 지역 지지율이 전체 결과와 같고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 40%대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전체 47%의 긍정 지지율에서 여성과 서울은 전체 결과보다 낮고 무당층은 불과 20%대 지지율밖에 되지 않는다(그림③). 

최근에 발표되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부정이 긍정보다 높은 ‘데드크로스’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정평가가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추가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지지층인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60대, 70대 이상도 이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심각한 위기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최고 통수권자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소통의 마술사, 중재의 예술가’로 불린다. 6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대통령직을 마무리했다.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미국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손꼽힌다. 오바마 부부를 미국 국민들의 본보기로 만들어준 도구가 바로 여론조사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심이 천심이라고 믿었고 국민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때마다 좌표가 되어주었던 자료가 여론조사였고 국민 여론이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