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원웅 비리’ 의혹 광복회 고강도 수사 초읽기
  • 오종탁·이원석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08 14: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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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감사 과정에서 자료 파기 등 문제 드러나
수익사업 넘어 예산·회계, 조직 운영상 의혹으로 대상 확대

전임 회장의 비리 의혹과 신임 회장 선출 이후 내홍으로 벼랑 끝에 선 광복회가 고강도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앞서 광복회는 자정 능력 부재를 인정하고 국가보훈처에 감사를 요청했다. 6월27일 개시된 보훈처 감사마저 관련 자료 삭제 등의 장벽에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광복회 비리 의혹 규명과 환골탈태의 열쇠는 수사기관으로 향하게 됐다. 

광복회 일부 회원으로 구성된 광복회개혁모임,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의 관계자들이 2월16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광복회 일부 회원으로 구성된 광복회개혁모임,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의 관계자들이 2월16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광복회 “수사로 의혹 확실히 규명되길”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한 결과, 보훈처는 7월 중 광복회 감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김원웅 전 광복회장 등 비리 의혹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장호권 광복회장은 7월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훈처로부터 감사받아야 할 대상, 즉 비리 의혹 관련자들이 최근 해임돼 나가면서 관련 자료를 대부분 파기해 버렸다”며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감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 보훈처가 조만간 수사기관에 정식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에 광복회 차원에서 동의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디지털 포렌식으로 자료가 모두 복구돼 의혹이 확실히 규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보훈처장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감사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사 의뢰를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감사에서 수사 의뢰를 전제하진 않는다고 보훈처 측은 전했다. 

광복회는 수사와 기소를 통해 의혹이 규명되고, 비위 행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구상권 청구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과거와의 단절과 경제적 피해 보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지난 2월 특정감사를 통해 광복회가 국회에 차린 카페 ‘헤리티지 815’의 수익금 부당 사용 등을 확인해 수익사업 승인을 취소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와 예고된 수사 의뢰의 범위는 이전과 차원이 다르게 넓다. 광복회의 수익사업 외에 예산·회계(국고보조금 관리), 조직 운영 방식 등을 총망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의 배경엔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광복회의 현실이 있다. 

광복회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잦아들긴커녕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김 전 회장이 2월16일 사퇴한 후에도 추가적인 금전 비위와 불공정 운영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감사 전후론 예산·회계 부정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광복회는 이미 외부 회계감사에서 불명확한 재무 상태로 인해 ‘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다. 의견 거절이란 자료 부족이나 피감사 대상 기관의 비협조 등으로 재무제표 구성 요소에 대한 정확성을 확인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때 표명하는 회계감사 의견이다. 

부채의 경우 회계장부상 규모는 14억9000여만원 정도인데, 이를 신뢰하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부채 규모가 20억원 수준이라는 추산도 일각에서 나온다. 광복회의 부채에 관해 보훈처 관계자는 “김 전 회장 재임 기간에 광복회에 부외부채(장부에 계상되지 않은 부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인지돼 재무 운영 건전성 전반에 대한 감사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지금 광복회가 거의 ‘뱅크럽(Bankrupt·파산)’ 상태에 와있다”며 “아예 조직을 운영해 나갈 수 없을 정도의 재정 수준”이라고 했다. 

2019년 6월11일 김원웅 당시 광복회장(앞줄 왼쪽)과 장호권 현 광복회장(앞줄 오른쪽)이 서울 서대문구 신 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 사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2019년 6월11일 김원웅 당시 광복회장(앞줄 왼쪽)과 장호권 현 광복회장(앞줄 오른쪽)이 서울 서대문구 신 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 사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내부 갈등 심화…“쇄신 동력 떨어질라” 

아무리 비리 의혹 규명이 시급하더라도 피감기관 입장에서 수사는 감사에 비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사퇴 후 새로 출범한 ‘장호권호(號)’ 광복회에는 수사처럼 강력한 쇄신 모멘텀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신임 회장 선출 이후 거세지고 있는 내홍이다.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 회장은 5월31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 경쟁자를 누르고 선출됐다. 선거 직후 광복회 내부에서 장 회장이 선거 당일 유력 경쟁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두 후보와 ‘표 몰아주기’ 각서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에 일부 광복회 대의원 등은 6월20일 법원에 장 회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어 일부 광복회 회원은 6월22일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광복회장실에 찾아갔다가 장 회장으로부터 총기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장 회장이 애초 파산한 사람이라 무자격인데 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광복회 서울특별시지부장 재직 당시엔 비자금 조성을 시도했다는 등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장 회장은 이를 ‘자신의 개혁을 저지하려는 반대 측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시사저널 인터뷰에 응해 처음으로 의혹을 상세히 해명하고 나섰다.([단독] 장호권 광복회장 작심 인터뷰 “무차별 의혹 제기에 굴하지 않고 반드시 개혁” 기사 참고) 

장 회장은 “마타도어로 나를 자극해 실수와 부정적인 이슈를 유발하고, 이를 빌미로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거나 차기 선거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반(反)개혁 세력이 있다”며 “굴하지 않고 광복회 개혁과 쇄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고강도 수사 과정에서 광복회가 망신을 당하는 것도 불가피하겠지만, 환골탈태를 위해선 모든 사안을 다 꺼내놓고 정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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