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지지율 30%대…尹대통령 둘러싼 ‘MB 평행이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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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광우병 논란에…MB 취임 100일 만 지지율 50%→20%
“지지율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 상실” 우려도

“별로 의미 없는 것이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이 ‘지지율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것) 현상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선거 운동 때도 지지율을 유념치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로지 국민을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자신감에도 정부‧여당은 지지율 추이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7월 들어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0%선까지 추락하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편중 인사‧실언‧실정 논란 등이 겹치며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이 20%선까지 내려앉았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시사저널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시사저널

‘겹악재’에 보수 유권자도 돌아섰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반 50%를 웃돌았다. 대선 득표율(48.56%)보다 높았다. 그러나 ‘허니문 기간’(대통령 취임 초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현상)은 금세 끝났다. 7월 들어 주요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 긍정평가가 40% 아래로 떨어졌다.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격차가 10%포인트(P) 이상 벌어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속도’다. 잇따른 부실 인사검증 논란과 ‘비선 동행’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1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0%, “잘못하고 있다”는 57.0%로 조사됐다. 긍‧부정 격차가 전주 5.8%P에서 20.0%P로 4배 가까이 크게 벌어졌다.

같은 날 발표된 KSOI 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부정 평가 차이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KSOI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4.5%, 부정평가는 60.8%로 집계됐다. 긍‧부정 격차도 전주 9.1%P에서 26.3%P로 3배 가까이 벌어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여권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지율 40% 붕괴’란 보수 유권자도 현 정부에 실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1일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3월9일 선거 때 대통령을 찍은 분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그게 가장 위험한 신호”라며 “대통령실이나 당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왜 발생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이 11일 갑자기 중단됐다.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 예방’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율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도어스테핑에서 ‘실언 논란’이 연일 불거지며 윤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됐다는 평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리얼미터

100일 만에 ‘취임덕’ 현실화?…‘MB 사례’ 보니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취임덕’(취임 초기부터 국정 동력을 상실하는 현상)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MB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지지율 하락에 고전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MB가 겪었던 임기 초반 악재의 유형과 윤 대통령의 현 상황이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MB 정부는 ‘편중 인사 논란→후보자 부실 검증 논란→친미 경제 정책 논란→대통령 실언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취임과 동시에 위기가 찾아왔다. 첫 논란은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논란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편중 인사 시비가 나온 가운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며 여론을 악화시켰다. 당시 이동흡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등을 받으며 거센 사퇴 압박에 직면한 바 있다.

결정타는 ‘한‧미 소고기 졸속 협상’ 논란이었다. 이른바 ‘광우병 파동’이 일며 5월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MB정부는) 참여정부에서 끝내지 못한 일을 설거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야권의 반발을 불렀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 특유의 정제 되지 않은 발언이 불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21일 “도시 근로자들은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게 된다. 싫으면 안 사 먹으면 된다”며 시위대를 직격했다. 이후 취임 100일 가량이 지난 2008년 5월 말, MB 지지율은 20%대로 반토막났다. 

상황이 악화하자 이 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추가 협상과 인적 쇄신 방침 등을 내놓으면서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여기에 2008년 8월 베이징하계올림픽 등을 거치며 그해 연말 지지율은 30% 선으로 소폭 올랐다. 이후 MB정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태, G20 서울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지지율 40%를 회복하며 집권 3년 차에 겨우 ‘취임덕’ 논란에서 벗어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선까지 무너질 시 MB정부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보수 정당의 ‘실세’였던 MB와 달리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은 당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등에 따른 당 내홍이 심화된 탓에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45% 이상이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살아있는 지점이다. 30%대로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조사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3.9%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KSOI 조사는 TBS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무선전화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시행됐으며 응답률은 6.3%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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