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국면의 ‘키맨’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아니겠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이 있기 전 국민의힘 관계자가 시사저널에 한 말이다. 권 원내대표의 의중에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있다는 평가였다.
이 같은 평가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징계 처분 이후 당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분출했지만,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를 못 박았다. 조기 전당대회 대신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되면, 이 대표로선 6개월 뒤 당에 복귀할 수 있다. 사실상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권 원내대표가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일종의 중재안을 꺼내든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차기 당권 행보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궐위’ 대신 ‘사고’로…‘직무대행 체제 유지’로 쏠린 국힘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직무대행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날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논의해온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와 초‧재선‧중진 의원 모임을 잇따라 연 뒤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안을 확정했다. 직무대행직은 권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로선 원칙적으로 당원권 정지 기한인 6개월 뒤 당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의 직무 정지 상태를 ‘사고’로 해석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사고’는 당 대표직의 일시적 부재 상태를 인정하는 판단으로,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지 못한다. 당 대표직의 상실을 전제해 60일 이내 새 지도부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궐위’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현 상태를 ‘궐위’로 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도부가 이를 거부한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6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적의 중재안이란 입장이다. 이미 이 대표가 불복을 시사한 만큼, 사퇴를 압박하거나 조기 전대를 밀어붙일 경우 내홍이 장기화할 게 불 보듯 빤하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윤리위 징계 처분을 수긍하라고 압박했다. ‘선당후사’에 입각해 6개월 간 몸을 낮추고 있으라는 주장이다. 조기 전대 여론에 선을 긋는 한편 이 대표도 압박하는 나름의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확정에도 남은 불씨…6개월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당 안팎에선 권 원내대표의 행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다. 표면상으론 당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엔 차기 당권 행보가 있다는 해석이다. 권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여의도 정치권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권 원내대표로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원내대표 임기가 내년 4월까지여서다. 6개월 간 당 대표를 직무대행하며 리더십을 키운 뒤 예정대로 1년 내년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것이 권 원내대표에겐 최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이 대표의 직무 정지 상태를 ‘사고’라고 가장 처음 못 박은 것도 권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새벽 이 대표의 징계 처분 직후 ‘직무대행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빠른 수습 국면을 주도하는 움직임이었으나, 이를 ‘계산된’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 받음에 따라, 그는 최대 6개월 동안 당 대표직을 겸하며 사실상의 여권 1인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가 6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통상 직무대행 또는 권한대행 체제는 비대위 등 새로운 지도부 선출 전 1~2개월 정도 유지되던 게 관례다. 6개월 동안의 장기간 직무대행 체제는 이례적이란 의미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선 여전히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의 행보도 관건이다. 이 대표는 일단 외부일정을 끊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으나, 예고대로 불복에 나선다면 당내 반발을 심화시킬 수 있다. 6개월 동안 또 다른 내홍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그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4~8일, 2525명 대상)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2달 만에 오차 내에서 역전 당했으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주저앉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