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에 출구 열어둔 권성동의 큰그림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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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포스트 이준석’ 체제 1인자 된 권성동…‘차기 당권’ 노림수?

“‘이준석 징계’ 국면의 ‘키맨’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아니겠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이 있기 전 국민의힘 관계자가 시사저널에 한 말이다. 권 원내대표의 의중에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있다는 평가였다.

이 같은 평가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징계 처분 이후 당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분출했지만,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를 못 박았다. 조기 전당대회 대신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되면, 이 대표로선 6개월 뒤 당에 복귀할 수 있다. 사실상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권 원내대표가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일종의 중재안을 꺼내든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차기 당권 행보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궐위’ 대신 ‘사고’로…‘직무대행 체제 유지’로 쏠린 국힘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직무대행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날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논의해온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와 초‧재선‧중진 의원 모임을 잇따라 연 뒤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안을 확정했다. 직무대행직은 권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로선 원칙적으로 당원권 정지 기한인 6개월 뒤 당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의 직무 정지 상태를 ‘사고’로 해석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사고’는 당 대표직의 일시적 부재 상태를 인정하는 판단으로,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지 못한다. 당 대표직의 상실을 전제해 60일 이내 새 지도부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궐위’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현 상태를 ‘궐위’로 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도부가 이를 거부한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6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적의 중재안이란 입장이다. 이미 이 대표가 불복을 시사한 만큼, 사퇴를 압박하거나 조기 전대를 밀어붙일 경우 내홍이 장기화할 게 불 보듯 빤하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윤리위 징계 처분을 수긍하라고 압박했다. ‘선당후사’에 입각해 6개월 간 몸을 낮추고 있으라는 주장이다. 조기 전대 여론에 선을 긋는 한편 이 대표도 압박하는 나름의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확정에도 남은 불씨…6개월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당 안팎에선 권 원내대표의 행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다. 표면상으론 당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엔 차기 당권 행보가 있다는 해석이다. 권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여의도 정치권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권 원내대표로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원내대표 임기가 내년 4월까지여서다. 6개월 간 당 대표를 직무대행하며 리더십을 키운 뒤 예정대로 1년 내년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것이 권 원내대표에겐 최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이 대표의 직무 정지 상태를 ‘사고’라고 가장 처음 못 박은 것도 권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새벽 이 대표의 징계 처분 직후 ‘직무대행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빠른 수습 국면을 주도하는 움직임이었으나, 이를 ‘계산된’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 받음에 따라, 그는 최대 6개월 동안 당 대표직을 겸하며 사실상의 여권 1인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가 6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통상 직무대행 또는 권한대행 체제는 비대위 등 새로운 지도부 선출 전 1~2개월 정도 유지되던 게 관례다. 6개월 동안의 장기간 직무대행 체제는 이례적이란 의미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선 여전히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의 행보도 관건이다. 이 대표는 일단 외부일정을 끊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으나, 예고대로 불복에 나선다면 당내 반발을 심화시킬 수 있다. 6개월 동안 또 다른 내홍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그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4~8일, 2525명 대상)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2달 만에 오차 내에서 역전 당했으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주저앉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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