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이준석‧박지현, 기성세대와 반목하는 ‘분열의 정치’ 멈춰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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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지예 前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
“이준석, 도덕성에 상처…경찰 수사에서 충분히 소명 필요”
“박지현, 위원장 했다고 전대 출마? 청년이라고 특혜 없어야”

2016년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 2018년 서울시장 선거 4위, 2020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2021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청년 정치인’ 신지예(32)의 정치사(史)는 짧지 않다. 그리고 굴곡지다. 한때 20대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던 그다. 지난해에는 기성정치의 ‘텃밭’인 보수 정당에 몸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국민의힘에서 내쳐졌다.

‘산전수전’을 겪은 신 전 위원장은 여의도를 벗어나 휴지기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여야를 대표하는 두 청년 정치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위기에 직면했다. ‘성 상납 및 증거은폐 논란’에 휘말린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대표 출마를 노렸던 박 전 위원장의 계획은 비대위에 가로막히며 물거품이 됐다. 신 전 위원장은 이 두 청년 정치인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신 전 위원장은 11일 시사저널과 진행한 전화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상황에 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그렇지(성 상납)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면서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도덕성에 상처가 났다. 수사를 통해 반드시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을 향해서는 “비대위원장 했다고 당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면,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을 한) 나도 도전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반문한 뒤 “청년이라는 이유로 당규의 예외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치는 경륜과 용기가 모두 필요하다”며 “청년과 기성 정치인 간의 반목과 분열을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시사저널
사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시사저널

“당 발전 위해 청년의 용기·비청년의 경륜 필요”

이준석 대표가 중징계를 받았다. 청년 정치인, 페미니스트로서 결과 어떻게 해석하나.

“한국 청년 정치에서 이 대표의 역할은 꽤 크다. 나와 (정치 노선이) 반대일지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를 바꾸려 노력했다. 다만 정치에서 중요한 건 명분과 도덕성이다. 거기에 상처가 났다. 수사 과정에서 소명해야 한다. 동시대 청년으로서 이 대표가 그렇지(성 상납 및 은폐하지)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일각에선 이 대표 징계 배후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있단 의혹도 제기된다.

“일단 ‘윤핵관’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만만하지 않다. 특정 정치인 몇이 모여 검찰과 경찰을 사로잡을 수 없다. ‘없던 일’이 갑자기 ‘있던 일’이 되기가 쉽지 않단 얘기다. 만약 이 사건이 기획되었다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사례를 ‘청년 정치의 팽’이라 말하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가 거짓말로 모함을 당한 것이라면 (그의 정치 생명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대표 징계로 우리 사회가 이제 ‘성 상납에 연루되거나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은 봐주지 않는다’는 하나의 선례를 만든 셈이다. 이 선례가 비단 청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가 불발됐다. 박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당 내부에서 기성 정치를 비판하며 고군분투하는 걸로 보인다. 다만 당원은 당원이고 당규는 당규다. 박지현이든 신지예든 (청년이라고 해서) 무언가 예외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박 전 위원장 전대 출마를 허용한다면) 다른 여러 예외들이 가능해진다.”

어떤 예외를 가정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나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에서) 부위원장을 했다. 그럼 나도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는 건가. 당원의 권리는 국가에서의 시민권과 같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당규를 (상황에 따라) 바꾸고 맞춰갈 수 없는 것이다.”

사례는 다르지만 이준석, 박지현, 신지예 모두 당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견제, 혹은 청년 정치의 한계일까.

“당대표에 (청년이) 앉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또 청년이 항상 기성 정치인과 싸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밖에 있던 사람이 들어와 안에 있던 사람들을 다 내몰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당이) 바뀌려면 청년과 비청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청년의 경륜과 청년의 용기가 동시에 필요하단 것이다. 반목의 정치, 분열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정치에서 한발짝 멀어져 있기에 가능한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곳 모두에 속해있지 않기에 가능한 얘기이긴 하다. 한 국민으로서 삶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당권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초리 맞고 있지만 尹대통령 ‘진심’ 믿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양상이다.

“이제 막 시작한 정부다. 시작과 동시에 회초리를 맞았다면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유효한지 확인하고, 제대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 지지를 거두지는 않은 것인가.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진심’이 있다고 본다. 사리사욕을 위해 정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다만 미숙한 탓에 공격을 받는 것 같다. 화법 등에서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건희 여사 문제나 인사 문제에서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냐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대선 당시 비판했던 이재명 후보는 이제 의원이 됐다. 소위 ‘개딸’이라는 팬덤까지 생겨난 모습이다.

“팬덤 정치는 위험하다. 조국, 윤미향, 박원순 모두가 그랬다.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팬덤은 늘 그걸(잘못을) 가린다. ‘나쁜 언론과 나쁜 정치가 우릴 몰아가서, 정치인이 프레이밍에 당한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인은 팬덤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이재명 의원이 ‘개딸’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인가.

“앞서 이준석 대표가 공격받던 게 ‘이대남(20대 남성의)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이 의원도 거기(팬덤)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컨트롤하고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의원이 직접 ‘개딸’들에게 박지현 전 위원장 등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 더 적극적으로 중재할 필요가 있다.”

평론을 넘어 실제 정치판에 복귀할 계획이 있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정치 이슈를 예전만큼 팔로업(따라 가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정치) 활동을 이어나가려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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