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추앙’에…여야 모두 ‘팬클럽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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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개딸’, 與 ‘건희사랑’ 두고 비판 목소리 연이어
이재명 “자제하라” 김건희 “나와 상관없다” 거리두기

“비난하는 것은 이재명과 동지들의 방식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신업 변호사와 나는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는 ‘팬클럽’ 탓에 여야 모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이재명 의원의 지지층인 ‘개딸’과 김건희 여사의 팬덤 ‘건희사랑’ 등이 ‘집안 다툼’의 원흉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이 의원과 김 여사도 팬클럽에 자제를 촉구하는 등 거리를 벌리는 모양새다.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김 여사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강신업 변호사와 저는 전혀 교류를 하지 않습니다. 최근 강 변호사가 ‘팬클럽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정치적인 발언을 쏟아내 저의 의중임을 간접적으로 제시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저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밝혀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운영하는 강 변호사가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김 여사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강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은 음서로 벼락출세한 백수 정치건달에 불과하다”고 적어 친이준석계 의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윤 대통령이 언제는 지지율 높은 적 있었나”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강 변호사가 연일 ‘저격글’을 남기자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 여사의 팬클럽을 운영하는 강 변호사가 적(敵)을 많이 만든다면, 윤석열 정부에도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정 지지도 하락에 김건희 여사도 요인으로 지적이 된다”며 “최근에 김건희 여사 팬클럽이 아주 정말 저는 눈에 거슬린다. 정치적 발언을 해서 이게 김 여사의 발언으로 오인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러자 강 변호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 지지율이 김건희 팬카페 때문에 떨어진다는 나경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정치건달 이준석도 하나 못 잡는 나경원 당신같은 빈약한 국민의힘 정치력 때문이다. 대변인이란 것들은 내부총질이나 해대고”라고 반발, 갈등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야권 역시 ‘팬덤’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화근은 이재명 의원의 팬덤 ‘개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만류하고 나서자, 일부 ‘개딸’이 욕설이 담긴 ‘폭탄 문자’를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에게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논란이 빚어지자 이 의원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서로 존중하며 집단지성의 결과를 도출해 냈다”며 “비판 아닌 비난, 토론과 설득이 아닌 억압은 단 한 순간도 민주당의 언어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이를 찾기 시작하면 모두가 남으로 보이지만 같은 점을 찾으면 누구든 한 식구가 될 수 있다”며 “우리 안에서 차이가 아무리 큰들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만류에도 ‘개딸’을 향한 우려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며 문자폭탄을 공개했다. 신 의원이 공개한 문자폭탄 내용은, ‘이재명 당대표님께 해코지 해봐라’, ‘눈깔 뽑고 XX통을 뽀개버려’ 등이다. 신 의원은 “정치 훌리건의 행태는 정당한 의사 표현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팬덤 현상은 정치 의사결정을 극단화함으로써 중도층을 적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정당에 유해하다. 나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포퓰리즘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국민에게도 유해하다”며 “이른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소수 극렬 팬덤의 노예가 되어 공포감에 휩싸인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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