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검찰총장 같은 윤 대통령의 태도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6 10:00
  • 호수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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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의 본질은 도어스테핑 아닌 ‘대통령의 인식’
쓴소리 주저하지 않을 참모의 필요성 절실

윤석열 대통령이 잠정 중단한다던 도어스테핑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대통령실 관계자 및 취재진 감염 우려가 커져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실언성 발언들이 지지율 하락을 낳자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그런 시선들이 무척 억울했던 것 같다. 종전보다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라도 도어스테핑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윤 대통령이 밝힌 상태다.

사실 도어스테핑은 단순한 문답의 시간을 넘어, 이전 대통령들과의 다름을 보여주려는 윤 대통령의 중요한 ‘코드’였다. 과거 대통령들과는 달리 언제든 기자들과 거리낌 없이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을 통해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한 애정은 저희보다 훨씬 강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말은 사실인 듯하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도어스테핑은 용산 집무실 이전과 연계되어 있는 일종의 패키지였던 셈이다. ‘구중궁궐’이었던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 집무실로 이전하니까 이런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정부에 대한 심판보다 현 정부 할 일에 집중해야

윤 대통령의 개인적인 선호를 넘어, 코로나 상황의 어려움에도 도어스테핑 재개 의지를 밝힌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여론이 악화되는 일이 있더라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까지 온 대통령이 다시 숨어버리는 일은 분명한 퇴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이 때로는 설화를 낳고 비판받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민심의 소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면 결국은 대통령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눈앞의 비판이 두려워 대통령이 다시 기자들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윤 대통령과 민심이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는 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도어스테핑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분명 있지만, 좀 더 정제된 준비를 통한 개선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착시키는 것이 훨씬 나은 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도어스테핑 자체에 있지 않다. 오늘은 무슨 말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참모들이야 도어스테핑이 원망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도어스테핑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그 짧은 시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읽게 되는 윤 대통령의 인식에 있다. “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멸시의 시선이 짙게 깔려 있다. 

물론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고, 일부 은폐되었던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모든 것을 밟고 올라서야 윤석열 정부의 앞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고개 숙이고 성찰해야 할 상황에서도 오로지 이전 정부의 허물만 들추는 모습은 무척 비겁한 것이다. ‘쟤도 그랬대요” 하는 어린아이의 고자질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한 것이니, 굳이 윤 대통령이 그 짧은 도어스테핑 시간에 사사건건 심판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윤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할 일에 대해 집중하고 말하면 되는 일이다.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를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워런 버핏의 말이다. 부실 인사 논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그럼 전(前)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던 윤 대통령의 모습이 그런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환멸을 느끼고 등을 돌렸던 민심이 정권교체를 선택한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른 윤 대통령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박해에 굴하지 않는 ‘검찰총장 윤석열’을 많은 국민은 응원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 대다수가 비판하는 인사 실패의 잘못을 끝내 인정하지 않고 이전 정부의 잘못만 탓하는 모습은 ‘내로남불 시즌2’를 떠올리게 만든다. “전 정권은 잘났습니까? 여기서 확 돌아서는 것”이라 했던 진중권 교수의 지적은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들어섰던 윤석열 정부가, 사실은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장면인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로잔 토머스는 《태도의 품격》이라는 책에서 “때때로 태도는 사실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의 손가락질을 지켜보는 국민은 사실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기 이전에, 대통령의 그런 고압적 태도에 불쾌감이 치솟게 된다. ‘논리’가 아닌 ‘정서’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속도로 끌어내리게 된다. 토머스가 말하는 바는, “태도는 항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받고 있으며 사람들이 당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추락해 데드크로스를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해도 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국민은 부실 인사에 실망해 화를 내고 있는데, 그 앞에다 대고 대통령이 ‘아무리 그래도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민심의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위다. 바로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겸손하지도 않고, 경청하지도 않는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의 상대는 권력 아닌 국민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 숙이기 싫어한다는 사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지켜본 바다. ‘평생 검사’의 삶이 그런 스타일을 굳혔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조직의 보스 같은 좁은 의리가 아니라, 국민과의 훨씬 큰 의리를 생각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 정부는 상명하복의 문화를 미덕으로 여기던 검찰 조직이 아니다. 자신과 똑같은 생각들만 갖고, 자기 말만 잘 따르는 사람들로 둘러싸이면 민심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귀를 닫아버리면, 용산 집무실도 다시 구중궁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지율이 추락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반응해 국민을 놀라게 하는 윤 대통령에게는,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으며 민심과의 가교 역할을 할 주변 참모들의 존재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지만, 뿌리가 다르거나 생각의 결이 달라 불편하다는 이유로 배제되어 있는 인물도 여럿 눈에 띈다. 아마도 그런 인물들이 앞줄에서 눈에 들어오는 윤석열 정부가 되었다면 민심의 평가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검사 윤석열’에게는 꼿꼿함이 미덕일 수 있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기개 하나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상대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자신의 오류들이 드러났는데도 국민에게 고개 숙일 줄 모르는 꼿꼿함은 미덕이 아니라 오만함이다. 황금 같은 집권 초 6개월 안에 대통령으로서의 바른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시간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이 기로인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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