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 불법인데...”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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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노동부 장관, 공권력 투입·긴급조정권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말로만 ‘법과 원칙’ 되풀이한다는 지적 제기돼

43일 넘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에 정부가 입을 열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말을 어김없이 반복했지만, 노사 간의 대화와 교섭을 줄곧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개별 기업의 쟁의 행위에 대해 직접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정부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6월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6월2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dock)에서 건조하는 원유 운반 선박을 점거했다. 이들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그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아무개 부회장이 7월11일 제1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톤급 원유 운반선 바닥에서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아무개 부회장이 7월11일 제1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톤급 원유 운반선 바닥에서 가로·세로·높이 1m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조선업이 회복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라며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협력 업체 노동자들이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교섭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비조합원들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노동운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파업으로 선박 3척의 진수 또는 건조 작업이 중단돼 현재까지 약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선박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조선업 전체 신뢰도가 저하돼 미래 선박 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규모 파업 사태마다 반복되던 ‘불법 행위→공권력 투입 불가피’ 논리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협력 업체는 최근 경찰청과 대통령실 인근에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식 장관은 사측이 요구하던 ‘공권력 투입’ 요구에 “공권력 투입 논란 등 국민적인 우려 없이 조속하게 당사자 간에 자율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촉구하고 호소드리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이라며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파업 등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긴급조정권’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법 행위를 강조하면서도 공권력 투입을 주저하는 가운데 경찰도 기본적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협력 업체 등은 하청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 2명을 상대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7월1일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7월4일 보완 수사를 지시하면서 여태까지 영장도 발부받지 못한 실정이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고소 사건 절차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안전조치 등을 감안해 노동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집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경남지방경찰청 등 상급부서로부터 공권력 투입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장관까지 말로만 ‘법과 원칙’을 되풀이하자, 보다 못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거제 시민들이 나섰다. 대우조선 임직원과 가족, 거제시민 등 4000여 명은 파업 중단을 촉구하면서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대우조선 정문부터 옥포매립지 오션플라자 구간 외곽 도로까지 4km에 걸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며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한 총리 등이 낸 메시지를 두고 경찰 투입과 같은 강경 대응의 사전 조치로 보는 견해도 나온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그동안 정부의 교섭 주선도 하청지회 노조가 외면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행위가 법 위반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경찰 투입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당시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부가 노정 교섭 요구에 선을 긋고,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미다. 한 경남지역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하청지회 노조 파업 등 후진적인 노사 관계가 국내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에서 벌어진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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