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랬는데…‘공정의 늪’에 빠진 尹대통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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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아들 2명 대통령실 근무 사실에…野 “채용 농단” 반발
지지율 30% 초반으로 급락…“20%대로 붕괴 시 취임덕”

“정의와 공정의 가치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선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월14일 당 의원총회에서 20대 대선의 성격을 이같이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따르는지 알고 있다”며 정권 교체를 다짐했다.

그렇게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은 꿈을 이뤘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사적 채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공정한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지지율도 빠르게 추락하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강릉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우아무개씨 아들 A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우씨가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란 점이다. A씨는 평소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삼촌이라고 불렀고, 지난 대선에서 윤 후보 선거캠프와 인수위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지인 채용 논란’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 시사저널은 단독 보도(▲사적 채용 또 있다…‘비선 논란’ 황씨도 대통령실 근무)를 통해 윤 대통령 부부 지인의 아들인 B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B씨의 부친 황아무개씨 역시 우씨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황씨는 동해에서 전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인으로 전해졌다. 이에 B씨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활동하며 비공식적으로 대외일정 수행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능력이 아닌 ‘인맥’이 B씨 채용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지인 찬스 논란’에 이어 ‘편향 인사’ 논란에도 휘말린 상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벌인 보수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가 대통령실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논란이 되자 안씨의 누나는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안씨 누나가 어떤 과정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됐고, 어떤 능력을 봤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저희가 알기론 그 분(누나 안씨)은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의 보조 업무를 하던 분”이라며 “채용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만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나 안씨가)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저희가 알지 못한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능력’이 아닌 ‘인맥’과 ‘정치 성향’ 등을 근거로 편향된 인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 2명의 아들이 나란히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충격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실을 사적 인연으로 가득 채워놓았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을 보면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즉각 사적으로 채용된 사람들을 모두 공개하고, 이들을 사퇴시키고, 대통령실 인사기준을 재정립하고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할 것을 약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저런 인맥으로 (대통령실에) 밀어 넣은 사람이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인가”라며 “이 정도면 사적채용 농단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조금이라도 무섭고 두렵다면 대통령실 대정비에 나서시라. 더 이상 국민들이 이런 일들에 마음이 떠나고 등을 돌리지 않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국갤럽
ⓒ한국갤럽

‘인사 논란’에 지지율이 30%대 붕괴 초읽기

윤 대통령이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지지율도 ‘휘청’이는 모양새다.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일주일 만에 5%포인트 떨어져 30%대 초반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 “잘못하고 있다”는 53%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긍정 평가는 5%포인트 하락,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복되는 ‘인사 문제’가 윤 대통령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26%)가 1위에 꼽혔다. 이어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 11%,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 10%, ‘소통 미흡’‧‘독단적‧일반적’ 5%, ‘외교’‧‘공약 실천 미흡’ 4%, ‘발언 부주의’‧‘전반적으로 잘못한다’‧‘전 정부와 마찰‧전 정부 탓’ 3% 순으로 꼽혔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선까지 무너질 시 ‘취임덕’(취임 초반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는 현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등의 영향으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45% 이상이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살아있는 지점이다. 30%대로 긍정 지지율이 내려가면 위태롭게 되고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은 상실되고 마비된다”며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리고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의 공약을 이행할 정치적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0.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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