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윤핵관’에 웃는 이준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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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지지율 하락 맞물리며 ‘윤핵관’ 분열 신호
2030세대 與지지층 이탈 시 ‘이준석 재등판론’ 탄력받을 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 중징계를 받은 후 10일째인 지난 17일 부산 광안리에 등장했다. 이 대표는 수십 명의 지지자들과 4시간 넘게 도시락을 먹으며 정치에 대해 토론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당 문제는 재미없는 최고위원회의”라며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해법 등을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권성동 원내대표 및 당대표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사적 채용 논란’이 화두에 오른 탓이다. 권 직무대행은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야당의) 프레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8일 장제원 의원은 권 직무대행의 해명 태도를 비판했다.

이른바 ‘포스트 이준석 체제’를 가동 중인 국민의힘이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대통령실과 권성동 직무대행이 ‘사적 채용’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진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간의 불화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핵관’의 위기가 코너에 몰린 이준석 대표에겐 ‘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 출석에 앞서 울먹이며 입장을 밝힌 뒤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준석 징계 후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게시글들 ⓒ시사저널 박은숙·fm코리아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7일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 출석에 앞서 울먹이며 입장을 밝힌 뒤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준석 징계 후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게시글들 ⓒ시사저널 박은숙·fm코리아 캡처

떨어진 尹대통령 인기에 ‘윤핵관’도 ‘휘청’

최근 국민의힘 내 ‘집안 분위기’는 차게 식었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도 안 된 상황에서 ‘취임덕’(취임 초기 지지율이 급강하하는 현상)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 초반대를 횡보하는 양상이다. 취임 초기와 비교해 약 20% 가까이 지지율이 하락한 셈이다.

특히 2030세대의 민심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율은 33%, 부정 평가율은 53%였다. 70세 이상 답변자의 긍정 평가율은 53%인 반면 18∼29세에선 긍정 23%, 30대에선 긍정 32%로 평가가 박했다.

정치권에선 ‘사적채용 논란’이 정부의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강원 강릉시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아들인 우모씨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아버지 우씨는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버지 우씨가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인 것도 확인돼 공직자 이해충돌 논란으로 확산됐다. 야권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에 의문을 표하는 비판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권성동 직무대행의 해명이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권 직무대행은 ‘사적채용’ 의혹과 관련해 “내가 추천했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간 걸 가지고 무슨”,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어서 내가 미안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여당의 위기와 맞물려 이른바 ‘윤핵관’ 사이에도 균열이 이는 모양새다. 장제원 의원이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권성동 대행께 부탁 드린다. 말씀이 무척 거칠다”고 직격했다. 장 의원은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압력을 넣었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등등의 거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말의 내용 뿐만 아니라 태도를 본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이 공개적으로 권 직무대행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왼)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18년 11월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왼)과 장제원 의원. 사진은 자유한국당 시절이던 2018년 11월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연합뉴스

위기 빠진 정부‧여당에 李 기회 잡을까

반면 정부‧여당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방패’를 자처하던 이준석 대표는 공개 발언을 삼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후 전국을 순회하며 2030세대 당원들을 만나고 있다. 징계를 받기 전까지 이 대표는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실과 관련된 일련의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반박해왔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과 여당의 위기가 이 대표에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거나, 국민의힘 수뇌부가 분열 위기에 처할 경우 자연스럽게 ‘이준석 재등판론’이 고개를 들게 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당권을 잃은 이 대표가 전국의 당원들과 ‘스킨십’을 늘려가는 것 역시, 이 같은 반전 기회를 잡기 위한 포석이란 주장도 나온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은 (당이 위기라) 행동 하나, 말 하나 조심해야 할 때”라면서도 “이 대표의 (징계를 받기 전까지) ‘존재감’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복귀는 당이 아닌 수사기관, 나아가 국민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명분만 갖춰진다면 (복귀에) 무엇이 문제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지율 추이만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은 위기 상황이다. 20대와 60대 등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며 “가능성이 적긴하지만 국민의힘 여론이 더 나빠진다면 ‘이준석 조기 복귀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14일 발표된 결과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1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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